[단독]美·대만과 '칩 패권경쟁' 가열···당정 "재정 투입해 주도권 탈환"

김병훈 기자 2024. 9. 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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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보조금' 반도체법 추진]
◆ '재정지원 근거' 첫 명문화
주요국 반도체 천문학적 비용 투입
韓도 특별법으로 재정투입 길 열려
경기남부 메가클러스터 조성 탄력
野, 100조 지원안 발의 등 공감대
고동진 "이번 정기국회 통과 노력"
[서울경제]

국민의힘이 직접 보조금 지원을 골자로 한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 생태계 재편에 따른 세계 각국과의 치열한 패권 경쟁에서 한국의 경쟁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다. 실제 여당뿐 아니라 정부도 “전쟁을 치르듯 국가 자원을 총투입한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미 미국과 중국·일본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투자와 지원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있어 늦은 감마저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특별법 통과의 키를 쥔 거대 야당도 반도체 산업 지원에 적잖은 공감대를 형성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이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반도체 특별법 통합안에 현금성 보조금 지원 내용을 담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강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 기반이 갖춰진 만큼 보조금 지원보다 현재 시행 중인 투자세액공제를 비롯한 세제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고동진 의원을 중심으로 기재부를 설득해 보조금 지원 근거를 법률안에 명문화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이후 반도체 특별법 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정부·여당이 협의한 반도체 산업 관련 법률안 중 보조금(고용보조금 제외) 표현을 적시하고 지원 근거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미국(53조 원)과 유럽연합(EU·64조 원), 일본(17조 원) 등이 자국 내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파격적인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보조금 지원을 반드시 법률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용인·평택 등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추진되는 가운데 보조금 지원까지 더해지면 ‘622조 원 투자, 300만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가 순항해 국내 경제 전반에 선순환적 구조가 확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재부가 한 발 물러섰고 보조금 지급을 강제하는 의무 규정을 재량(임의) 규정으로 순화하는 절충안이 마련돼 발의를 앞두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일본이 약 40%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약 4조 2000억 원의 보조금을 마중물로 TSMC로부터 구마모토 1공장을 유치한 후 올 2월 단 20개월 만에 준공해 곧장 가동을 시작했다.

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설비투자액의 3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면 10% 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이 있어 특별법 제정 시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 대비 가격경쟁력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국은 기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선두 주자였지만 최근 펩리스와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등을 중심으로 비메모리반도체 분야 생태계가 재편되면서 국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일본 등을 상대로 한 치열한 반도체 전쟁에서 국가 재정을 총투입해 주도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특별법 통과의 관건은 거대 야당의 동의 여부다. 국민의힘이 이르면 이번 주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하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돼 법안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소수 대기업을 위한 국가 보조금 지원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22대 국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의원 등이 10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보다 오히려 논의를 통한 접점 찾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여야 당 대표 회담에서도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 논의에 합의하는 등 큰 이견은 없는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에서도 반도체 특별법이 당론으로 발의되는 것을 환영한다”며 “하루라도 속히 반도체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경기 용인과 평택의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이 민주당 소속인 점도 국민의힘과 긍정적인 협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기재부와 통합안 협의를 주도한 고 의원은 “반도체는 속도와 타이밍의 싸움인 만큼 당론안을 조속히 재발의해서 이번 정기국회 때 신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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