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 나가사키 ‘검은 비’ 원거리 피폭 첫 인정

조문희 기자 2024. 9. 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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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명 원고 중 15명만 제한적 인정
“원고 측에 불만 남는 내용”
일본 나가사키를 향한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 79주년을 맞은 지난달 9일 나가사키 원폭공원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피해자 인정 범위와 관련해 원거리 피폭자의 피해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나가사키지방재판소(지방법원) 재판부는 원거리 피폭을 주장하는 이들 15명을 피폭자로 인정하고 건강수첩 교부를 전날 명령했다. 히로시마 원폭 관련 소송에서는 2021년 원거리 피폭자 피해가 인정된 바 있으나, 나가사키 원폭에 대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사자들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검은 비 등을 맞아 피해입었다는 의미에서 해당 소송은 ‘검은 비’ 소송이라고도 불린다. 원고는 총 44명이나 재판부는 이 중 나가사키 동부 지역에 있던 15명의 피해만 인정했다.

원고들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미군이 원폭을 투하한 당시, 일본 정부가 사후 지정한 원호 대상 지역 내에 자리하지는 않았으나, 방사성 물질 전파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왔다. 원호 구역은 폭심지로부터 남북 12㎞, 동서 7㎞ 이내 지역으로, 피폭자와 ‘피폭 체험자’를 나누고 건강 진단 등 지원을 차등화하는 기준이 됐다. 피폭자에 대해선 의료비 무료가 원칙이며 피폭자 건강수첩이 발급된다.

재판부는 나가사키현과 나가사키시 등에 의한 증언 조사 등을 근거로 원폭이 투하된 1945년 8월 9일에 원고 15명이 있던 나가사키시 동부 3개 촌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검은 비가 내린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들의 간 기능 장애 등 질병과 검은 비 사이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나머지 29명이 있던 지역에 대해선 검은 비 등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강하물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들에게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도 방사성 물질 이외 원인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고 측 대표인 이와나가 치요코씨(88)는 원고 44명에 대한 판단이 나뉜 데 대해 “불합리하고 차별 그 자체다”라면서 항소 등 추가 절차 검토를 시사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면 승소였던 2021년의 히로시마 고등재판소 판결과는 차이가 크다”며 “검은 비가 내린 지역을 엄격하게 인정해, 일괄 구제를 요구하고 있던 원고 측에는 불만이 남는 내용이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관계 부처에서 판결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와 협의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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