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해리스 vs 트럼프, 내일 첫 TV토론…관전 포인트는
최대 관심사는 물가…에너지 정책 공방 치열할 듯
이민·낙태권·총기규제·전쟁 지원 등서도 설전 예상
군비부담 확대 걸린 한국·유럽 등 동맹국도 촉각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TV토론에서 맞붙는다. 두 후보가 얼굴을 맞대고 처음으로 펼치는 정면대결이다. 두 후보가 미 전역에서 초박빙 접전 양상인 만큼 이번 토론을 계기로 향후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미국 내 유권자들은 물론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물가…에너지 정책 공방 치열할듯
9일 악시오스,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각 10일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뉴스 주최로 90분간 토론을 진행한다. 지난 50년 동안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대선 TV토론을 여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경합주 중 한 곳인 이 지역은 올해 미 대선 승패를 가를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외신들은 모든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인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과 관련해 치열한 공방을 예상했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에너지·식품 가격을 통제해 물가를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적 가격 통제라며 비난하고 있다. 그는 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확대, 즉 에너지 비용을 낮춰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그의 관세 공약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치솟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민정책, 임신중절권,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군사 지원, 세제 개혁, 헬스케어, 총기 규제 등 다른 공약들과 관련해서도 설전이 예상된다. 모든 공약에서 두 후보 간 입장이 명확하게 대조를 이뤄 지지층 역시 뚜렷한 분열 양상을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히스패닉·흑인·아시아 등 유색인종과 여성, 젊은층 유권자 지지율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모두가 경쟁하고 성공할 기회를 갖는 기회 경제를 창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첫 언론 인터뷰인 CNN방송 인터뷰에선 “중산층 지원이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인 보수주의자와 부유층, 기업에 좀 더 우호적이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가장 유리한 임신중절권을 공략 포인트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살 미수 사건을 계기로 자신을 ‘강한 미국인 남성’으로 그리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약한 여성’으로 폄하하는 전략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동맹국들은 외교·안보 정책 공약, 그리고 누가 승기를 잡을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방인 유럽, 한국, 일본 등을 상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또는 미군 철수를 앞세워 군사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 역시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두 후보 중 누가 더 차기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주식 등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선까지 2달, 향후 판도에도 영향…“게임체인저”
양측 간 논쟁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 것인지도 관심사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말 바이든 대통령과의 TV토론 때처럼 개인 공격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당시 그의 전략은 고령화 논란을 이끌어내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낙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도 유사한 인신공격을 펼쳤으나, 바이든 대통령 때와는 달리 인종차별·성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역풍을 맞았다. 현재는 한 발 물러서 해리스 부통령에 극단적 진보주의자 프레임을 씌우는 등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경합주 유권자들을 우선시하는 ‘핀포인트’ 공약을 부각한다는 점은 유사하다.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프래킹(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 금지 및 전기차 의무화 지지를 철회하는 등 기존보다 중도적인 입장으로 ‘우클릭’ 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친화석연료 공약을 더욱 강조하는 한편, 젊은층 유권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에 돌연 찬성한다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지만, 인기 없는 정책은 거리를 두며 차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 등은 “올해 미 대선은 다른 해의 평범한 선거와는 다르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든다면 이번 토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토론은 ABC뉴스, 디즈니 플러스, 훌루에서 라이브로 스트리밍될 예정이다. 높은 시청률이 예상되며, 광고는 두 차례 진행된다. 악시오스는 국내외 수많은 지역의 TV방송국과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생중계될 것이라고 전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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