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요지부동인데…추석 앞 바쁜 與 "26년 정원재검토"러브콜

안재용 기자, 박상곤 기자, 차현아 기자 2024. 9. 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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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민의힘 추석 연휴 전 민심달래기에 총력…야당은 "장·차관 경질" 정부 책임 부각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석 성수품 수급 점검 및 수확기 쌀값 한우가격 안정대책 민당정 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9.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공백 사태 논의를 위한 여야의정(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가 시동조자 걸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실효성있는 논의를 위해선 참여가 필수적인 의료계가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서다.

국민의힘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메시지를 던지며 의료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의료공백 '대란'이 우려되는 추석 연휴가 오기 전에 협의체를 가동시켜 민심을 달랜다는 의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2차관 등 경질을 주장하며 정부의 사과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여야 모두 협의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정치적 셈법을 보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의료진과 의대생에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한다"며 "여당과 정부가 의료계 대표와 함께 2026년도 의대 증원 등 의료계에 대해 원점에서 논의 가능하다고 밝히고 야당과 함께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의료계에서도 조속히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26년도 (의대) 증원 문제는 원점에서 재논의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 의료계에서 (협의체에) 적극 동참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자고 진작에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 이후는) 모든 가능성을 열테니 우선 (협의체에) 들어와서 (대화해야 한다) 들어오기 전에 조건을 걸면 대화 자체가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미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돼 되돌릴 수 없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선 논의가 어렵지만 이듬해인 2026학년도 정원은 의료계의 합리적 방안을 놓고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증원 숫자에 대한 원점 재검토 여지를 열어둔 만큼 의료계 역시 협의체에 들어와생산적인 논의를 해달라는 게 정부여당의 메시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추석 연휴 전 신속한 협의체 출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언론사 행사에 참여한 직후 취재진을 만나 "자꾸 'If'(이프·조건)를 붙이면 출범 자체가 어렵다. 지금은 다 모여서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취재진과의 자리에서도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 주제에 제한이 없음을 강조하고 "의료계에서 여러 생각 있겠지만 (협의체에) 참여해 대화를 해보면 좋겠다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재촉하는 것은 의료공백 사태 영향이 제일 큰 시기가 추석 연휴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비상의료체계와 한시적 건강보험 수가 인상같은 대책이 나왔지만 의료공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잇따르는 등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가시적인 여야의정 협의체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게 당정의 판단이다. 추석 연휴 '밥상 민심'의 주제로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올라와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차원의 움직임도 속도를 냈다. 의사 출신인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15개 의료기관 단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협의체 주체별로 3~4명의 위원을 검토하고 야당과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부는 정부대로, 당은 당대로 의료계와 접촉하고 소통하고 있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마련에 양당과 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의료계에서도 전향적으로 협의체에 참여해 의료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대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계획부터 철회해야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측에서도 현재 진행되는 입시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전날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대 증원 백지화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의대정원 변경을 법에 맞게 논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는 2027학년도로 2025년 5월까지 논의해 정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밝혔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도 전날 "오늘 당장 진행되는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요강 발표를 연기하고 의대생, 전공의가 참여해 여야의정 협의체 '끝장토론'을 진행하자"고 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협의체에 의료계를 합류시키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사과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의 경질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거론되는 장·차관 경질설을 앞세워 이번 의정 갈등에서의 정부 책임론을 띄우겠다는 의도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정원 증원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굉장히 어렵다"며 "그렇다면 정부가 의료대란을 불러일으킨 데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 의료계를 달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을 원점 재검토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알지만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논의 가능성은 열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여당 내에서도 복지부 장·차관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신속히 조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잇따른 복지부 장·차관 경질론에 대해서 여당은 "조건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대표는 "'협상의 전제로 누구를 미리 인사조치하라'는 분들, '어떤 부분에 관해서는 얘기를 꺼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식의 전제조건을 걸 만큼 상황이 넉넉하지 않다"고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 역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가장 주무부처 관계자인 인사조치는 핵심적인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경질) 문제는 정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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