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간부 월권, 복직 지연·명예훼손” 진실화해위 조사관 고충심사 청구

고경태 기자 2024. 9. 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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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앞당기려 소견서 내자 병원에 전화”
해당 간부는 “규정에 맞는 절차 요구했을 뿐”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6층 진실화해위 입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23년 검찰과 경찰을 동원한 초유의 정기감사 이후 4명의 조사관이 나갔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이번에는 별정 6급 조사관이 3급 간부로부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를 당했다며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와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넣는 일이 벌어졌다. 이 조사관은 또한 해당 간부의 공정하지 못한 처사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 질병 휴직 상태에 있었다며, 본인에 대한 혐의가 해소돼 일찍 복직하려 했으나 복직까지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실화해위의 ‘조사관 괴롭히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해당 간부는 “규정에 맞는 절차를 요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진실화해위 조사2국 조사5과 소속인 박 아무개 조사관은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진실화해위 운영을 총괄하는) 3급 간부가 위원장에게 본인의 복직 관련 ‘복직심사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등 보고하여 복직 업무가 방해당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수사 등 처벌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고충심사 청구서를 9일 소청심사위원회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인사상 불이익을 구제하는 소청심사위는 조사권한이 없다. 대신 소속 기관에 답변서를 요구해 받은 후 소청심사위원들이 고충심사를 통하여 요청사항을 검토해 구제 여부를 결정한다. 박 조사관은 국민권익위 신문고에도 “해당 간부의 업무와 본인을 분리해달라”는 민원을 10일 접수했다.

박 조사관은 지난해 9월부터 이 간부의 공정하지 못한 처사에 충격을 받아 우울증, 불면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병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박 조사관은 지난해 9월8일 소속 과장의 인사기록 중 경력사항을 복사했는데, 해당 간부는 박 조사관이 사건 관련 정보를 유출하려 했다고 의심하며 다른 조사관들이 있는 자리에서 서무직원에게 큰 소리로 “수사로 전향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6층 진실화해위 조사국 풍경.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 조사관은 이 일로 인해 이후 조사업무 중지 조처를 당하고 국무조정실 공직 복무관실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의 조사를 받았다. 또한 김순호 전 경찰국장에 대한 군 복무 시절 녹화공작 자료 유출 의심자로 진실화해위원장에게 보고되기도 했다. 이런 일로 병세가 악화돼 병가와 휴가를 병행한 뒤 10월3일까지 6개월간의 질병 휴직을 냈다. 박 조사관은 그동안 군 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혐의와 오해는 수사기관의 무혐의 결정 등으로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박 조사관은 지난 6월4일 국무조정실에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본인을 수사 의뢰한 사건에 대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불입건 처분 통지를 받았다. 8월 초에는 김순호 경찰국장의 군 복무 시절 녹화공작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본인 대신 제3자가 경찰에 입건됐다. 박 조사관이 본래 복직일보다 한달여 이른 8월29일 복직원(9월2일 복직 요망)을 제출한 이유다. 앞서 8월16일 조사업무 중지도 해제된 상태였다.

하지만 복직원 제출 이후에도 갈등은 이어졌다고 한다. 복직원 제출 이튿날 3급 간부가 복직원에 첨부된 소견서를 작성한 병원 정신의학과에까지 전화해 ‘이런 진단서가 어디 있냐’, ‘수사 의뢰하겠다’고 윽박지르며 복직을 방해했다는 게 박 조사관 쪽 설명이다.

해당 간부는 이에 대해 “(박 조사관이)6개월 휴직을 하고 그 전에 복직하려면 ‘병이 다 나았고 복직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다’는 법적 효력을 갖춘 진단서를 내야 하고 이를 전문가들에게 심의 받아야 한다”며 “진단서가 아닌 소견서를 냈고, 의사가 환자의 요구대로 써준 느낌이어서 정신과에 직접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박 조사관이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실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부터 불입건 처분을 받은 일과 관련해서는 “범죄성립요건이 안됐을 뿐이지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본인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조사관은 “진단서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6월4일 불입건 통지를 받자마자 소속 과에 조사 업무중지 해제를 요청했음에도 운영지원과에서 인사 담당자를 통해 ‘업무에 복귀해도 된다’는 의사 소견서를 요구해왔다”고 했고, 3급 간부는 “소견서를 요청한 적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조사2국을 총괄하는 이상훈 상임위원은 “업무정지 사유가 해소되었기 때문에 (박 조사관을) 복직시켜야 한다. 더구나 조사 인원도 부족하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하루빨리 복직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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