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경쟁력 하락 경고…"미·중에 맞서 연간 1100조 신규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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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9일(현지시간) 전기차·에너지·방위 등 미래 유망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했다고 보고 미국과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연간 1100조원의 신규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EU 갱쟁력: 미래를 내다본다'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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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정책에 "산업 부재" 비판…'답지' 받은 폰데어라이엔, 지원 약속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유럽연합(EU)이 9일(현지시간) 전기차·에너지·방위 등 미래 유망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했다고 보고 미국과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연간 1100조원의 신규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EU 갱쟁력: 미래를 내다본다'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400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드라기는 EU의 경제 성장이 미국보다 뒤처진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이어 미래 유망 산업에서 앞서가는 미국·중국과 다시 경쟁하려면 거액의 민관 투자와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연간 7500억~8000억 유로(1114조~1188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EU 국내총생산(GDP)의 5%로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을 재건했던 마셜 플랜(GDP 대비 1~2%)을 웃도는 규모다. 자금 조달 방안으로는 유로 공동채권 발행을 거론했다.
특히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EU의 탈탄소 정책에 대해 "산업 정책 없이 기후 정책을 적용하려 했던 EU의 계획 부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상에 사로잡힌 탈탄소 정책 탓에 값싼 중국 전기차 업체에 역내 완성차 시장을 내줬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실제로 전기차 판매가 신통치 않았던 독일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 2일 자국 내 공장 두곳을 폐쇄하겠다고 밝혔고, 스웨덴 볼보도 2030년까지 모든 판매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4일 폐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차질을 빚고 있고, 2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역내 탄약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 점도 지적됐다. 드가리는 보고서에서 EU 차원의 방산업계 지원이 필요하며 무인기·극초음속미사일 인공지능(AI) 무기 생산에 공동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럽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선 신기술 개발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EU 회원국 국경을 넘어선 인수·합병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드라기의 조언이다.
드라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며 "파트너국들이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보다 더욱 취약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성장은 오랫동안 둔화돼 왔지만, 우리는 이를 무시해 왔다. 이제 더 이상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드라기에 보고서 작성을 의뢰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산업계가 기술 혁신을 통해 탈탄소를 실현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민관 투자를 확대하고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관료주의를 고치겠다고 덧붙였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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