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원전 덕분?…환경단체 “경기둔화·생산감소 때문”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2420만톤(t)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대통령실은 “원전 생태계 회복 등이 기여한 결과”라고 했지만, 환경단체는 이는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며 “경기 둔화로 모든 분야서 배출량이 감소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10일 ‘2023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잠정치를 공개했다.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2420만톤으로 전년인 2022년(6억5289만톤)에 견줘 2859만톤가량(4.4%) 감소했다. 환경부는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2022년 이후 원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보인 것”이라면서도 “경기둔화로 생산 감소가 발생하면서 온실가스가 줄어든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전환(전기·열 생산) 부문에서 배출량이 7.6%(1650만톤) 감소해 그 규모가 제일 컸다. 환경부는 철강과 전자·통신 분야 등에서 전력수요가 감소하면서 발전량이 1% 줄어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발전량이 각각 전년보다 6.6%(3.5테라와트시·TWh)와 2.5%(4.4TWh) 증가하고, 석탄 또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를 사용한 발전량이 감소한 점도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 요인으로 봤다. 정은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지난해 발전량이 전년 대비 1% 감소한 부분도 컸다”며 “최근 10년 동안 분석해보니 수요 감소에 따른 전력 생산의 감소가 코로나 때 이어 지난해에 두 번째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다른 주요 부문에서도 배출량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산업 부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공정가스저감시설의 확대와 석유화학 시멘트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의 경기둔화에 따른 생산 감소로 전년 대비 배출량이 3% 감소했다. 건물 부문도 따뜻한 겨울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따라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배출량이 전년에 비해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송 부문도 주행거리 감소와 무공해차 보급 확대로 1% 줄었고, 농축수산 부문은 벼 재배면적의 감소 등의 영향에 따라 0.1%, 폐기물 부문은 매립량의 지속적인 감소로 1.3% 줄었다.
환경부는 정부 에너지정책의 변화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 덕분에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1.4%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 당 배출량은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10억원당 313톤으로 나왔다. 반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국제에너지기구 등의 통계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중국(4.7%)과 인도(7%) 등 개도국은 증가했고, 미국(4.1%), 유럽연합(9%), 독일(10.1%), 일본(2.5%) 등 선진국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2년 연속 줄어든 것이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회복 등이 기여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쪽에서는 이번 잠정치 결과가 “정부의 ‘감축 노력’이 아닌 ‘얻어걸린 결과’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대통령실 주장은 아전인수격”이라며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모든 부문별로 온실가스가 줄어들었다. 핵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 증가보다 발전 부문 수요가 줄어들면서 발생한 감소량이 더 크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배출량이 2년 연속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배출 확정치가 나온 2021년을 기준으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연 평균 4.79%씩 감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비영리 기후단체 플랜1.5도 논평을 내어 “산업 부문에서 에너지효율 개선이나 재생에너지를 높인 것보다 경기 둔화로 가동률이 감소해 자연스럽게 배출량도 감소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향후 경기 회복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증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센터장은 “1650만톤 중에 200만톤은 생산 감소로 줄어든게 맞지만, 나머지 부분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석탄 발전 중에서도 효율 좋은 석탄 발전소로 바꾸면서 줄인 것”이라며 “대부분의 배출량 감소는 거기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환경부는 새로운 배출량 산정 기준을 적용한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 확정치도 발표했다. 2015년 파리협정의 세부이행지침(2018)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모든 유엔 기후변화총회 당사국은 기존 1996 아이피시시(IPCC) 지침이 아닌 2006 아이피시시 지침을 적용한 온실가스 통계를 올해 연말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는 2006 아이피시시 지침을 적용해 상정한 2023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수립에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이미 수립한 2030 목표치에 대해서는 변경된 기준치를 반영하지 않을 예정이다.
새 기준을 적용한 2021년 확정치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140만톤으로 기존 확정치보다 4470만톤 늘어났다. 환경부는 신규 온실가스(삼불화질소(NF3))나 폐광 등 신규배출원이 추가되고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s)가 기존 2종에서 29종으로 늘어나는 등 2006 IPCC 지침이 강화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2021년 확정치를 보면)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에서 나오는 수소불화탄소 온실가스가 2430만톤으로 제일 많이 올랐는데, 배출량 증가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수소불화탄소의 주 사용처인 냉매, 발포제, 소화약제 분야에서 지구온난화지수가 높은 물질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해 가겠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지수는 각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환산해 나타낸 지수다.
이어 정 센터장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는 긍정적이지만,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를 고려할 때 배출량을 더욱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감축의 속도가 다소 더딘 부문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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