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에 5조원 투입'에 의료계 "증원 문제부터 해결하라"(종합)

김잔디 2024. 9. 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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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아니었다면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현 대책은 증원 후속 조치일 뿐"
"재원 마련 회의적이고, 마련한다 한들 현 상황에서 교육에 도움 될지도 의문"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입해 의학교육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에서는 의대 증원으로 불거진 의정 갈등을 해결하는 게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장 전공의와 의대생이 각각 병원과 학교를 떠난 상황에서 의학교육 개선에 수조원을 쏟아붓더라도 현장이 정상화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10일 정부의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에 따르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의대 시설 확충과 의대 교육 혁신 지원 등에 약 2조원, 전공의 수련 교육 비용 지원 등에 약 3조원 등 총 5조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립대 의대 교수를 3년간 1천명 증원하고 실험·실습 첨단 기자재를 지원하는 한편, 국립대 병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지역 필수 의료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맞춰 대대적인 의학 교육 개선 방안을 공개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아직도 진행형인 의정 갈등부터 풀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도 지속되는 등 현장은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의학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건 긍정적이지만, 의정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선 정부의 어떤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기색도 역력하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의정 갈등이 아닌 상황에서 교육부가 미래 의사 인력 양성을 위해 의대에 투자하는 건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의대 증원에 따른 후속 조치가 아니겠느냐"며 "현재 갈등이 가장 큰 증원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가 의학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건 환영할 만하지만, 현안부터 해결한 뒤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정부뿐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모든 건 정부 손에 달려있다"며 "정부가 좀 더 전향적인 태도로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아야 여·야·의·정 협의체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 갈등 언제까지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당장의 의학교육 여건 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의료시스템이 붕괴한 상황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내년도 신규 의사와 전문의 배출이 요원한 가운데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전임의를 거쳐 교수가 되는 흐름마저 끊긴 만큼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것도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 A씨는 "지금 상황에서 있는 교수들, 특히 젊은 교수들도 일 못하겠다고 나가는 데 새롭게 교수를 어디서 뽑느냐"며 "의대생과 전공의가 없는데 교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거듭 반문했다.

의대 증원 과정에서 의료계와 정부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도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의학교육 여건 개선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다음 정권에서도 현 기조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이처럼 의학교육을 담당하는 의대와 병원 등 현장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보니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권복규 이화의대 의학교육학실 교수는 "(정책 집행을 위한) 재원 마련부터 회의적이고, 설령 재원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의학교육에 긍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는 정부가 의학교육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의대 증원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속내가 아니냐고 지적한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의학교육에 5조원 투입한다고 발표한 건 (의대 증원을) 이대로 쭉 가겠는 의지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논의를 더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너지는 의료현장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지만, 현 상태에서는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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