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근무 의사 블랙리스트··· 의협 “유감, 중단해달라” 정부 “의료계 자정 필요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실명과 개인정보를 악의적으로 취합해 유포한 ‘응급실 블랙리스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회원들에게 명단 작성 및 유포를 중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의협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감사한 의사 명단’, 일명 응급실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로 의료계 내 갈등이 불거지고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일부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감사한 의사 명단’이라는 사이트가 알려졌다. 이 사이트에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수련병원에 복귀한 전공의 명단 및 개인 정보가 제보를 통해 취합돼 있었다. 최근에는 ‘수련병원 응급실 특별편’이라는 제목 하에 응급실 근무 의사들의 ‘블랙리스트’가 추가됐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9092036015
의협은 “명단을 작성한 회원들의 절박함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비난하며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의료계일수록 이런 상황에 대해 더 자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잘못된 정책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단일대오를 형성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현 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명단 작성과 유포를 멈춰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의협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경찰 수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명단 유포 피해자가 직접 고발하지 않았는데, 정부의 유불리에 따라 선별적으로 수사 대상자를 특정해 수사하는 경찰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경찰은 의협 회원들 개인 간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양쪽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파렴치한 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지극히 일부 의사들의 일탈행동을 이용해 현 의료대란의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려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행함으로써 촉발된 현 의료대란 사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회유책과 협박을 반복한 것이 의료계 내 갈등 발생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계 내에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일부 악성 사이트에서 진료에 헌신하고 있는 의사의 명단을 공개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위축시키고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의사들의 근무 의욕을 꺾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야기할 수 있는 우리 사회 공동체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이들을 수사 의뢰하고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할 방침이지만, 그와 더불어 의료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선배 의사로서, 동료 의사로서,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바로잡아주시기를 바란다”며 “사회 공동체의 건강한 일원으로서 이들이 적절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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