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전략 차별화' 디앤디파마텍…먹는 비만藥 임상도 본궤도 진입
美 멧세라, 이전 받은 비만약 'DD02S' 연내 임상 돌입…국산 경구제 중 첫 글로벌 임상
디앤디파마텍의 경구용 GLP-1 비만 신약이 글로벌 임상 본궤도에 진입한다. 이 회사는 GLP-1 계열 펩타이드 특화 기술을 기반으로 관련 신약 후보를 국내사 중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그동안 가장 개발이 빨랐던 퇴행성 뇌질환 영역이 주목받았지만, GLP-1 계열 치료제 주류인 비만 분야 개발 본격화에 희소성 있는 경구제 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우게 됐다.
10일 디앤디파마텍에 따르면 이 회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인 'DD02S'를 기술이전 받은 미국 멧세라(Metsera)는 연내 미국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제출 이후 곧바로 1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당 경우 DD02S는 국산 경구용 비만 신약후보 중 가장 먼저 글로벌 임상에 진입하는 품목이 된다.
GLP-1은 음식물 섭취시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합성·분비 증가는 물론, 글루카곤 분비 억제, 소화 흡수 과정 지연 등을 돕는다. 당초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와 일라이릴리 '젭바운드' 등이 체중 감량 효능을 입증하며 비만약 주류로 자리잡았다. 국내사들 역시 앞다퉈 GLP-1 비만약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디앤디파마텍은 차별화 노선을 택했다. 비만·당뇨, 대사이상지방간염(MASH)을 포함한 전반적 대사질환은 물론, 퇴행성 뇌질환과 중추신경계 파이프라인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회사 파이프라인 중 가장 개발 단계가 빠른 것은 파킨슨병을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완료한 'NLY01'이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다발성 경화증 대상 2상 IND를 승인 받았다. MASH 치료제인 'DD01'은 지난 6월 임상 2상 IND 승인 후 8월 환자 투약을 시작한 상태다.
DD02S가 연내 임상에 진입하면, 디앤디파마텍은 국내 선두주자 입지를 점하게 된다. 현재 국내사 중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곳은 한미약품과 일동제약, 디앤디파마, 프로젠 등이다. 일동제약이 유일하게 임상 1상에 진입해 있지만, 국내 임상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디앤디파마텍 비만 파이프라인은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상태다. 지난해 4월 미국 멧세라에 DD02S를 포함한 비만과 MASH 관련 6개 품목에 대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당초 계약이 파이프라인 4개에 약 550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 초 계약 범위를 6개 파이프라인으로 확대하며 규모 역시 77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현재 주류인 주사제 대비 높은 편의성과 적은 환자 거부감에 비만 시장 내 차세대 모달리티(약물전달방식)로 지목된다. 다만 반감기가 짧은 GLP-1 특성상 경구 투여시 몸에 흡수되기 전 소화계에서 빠르게 분해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아직 상업화에 성공한 품목이 없는 이유다.
주사제임에도 시장을 장악 중인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존재감 역시 경구제 개발 진입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최근 화이자가 기존 중단했던 경구제 '다누글리프론' 개발 재개 소식을 알리며 관심도가 급상승했다. 화이자는 앞서 진행된 임상 2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르면 연말 세부 개발 계획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디앤디파마텍은 GLP-1 효능과 안정성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기술과 경구 흡수율을 높이는 자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핵심 경쟁력인 흡수율에 강점을 지녔다. 현재 글로벌 GLP-1 비만·당뇨 시장 내 유일한 허가 경구제는 노보노디스크의 당뇨약 '리벨서스'다. DD0S2는 전임상에서 리벨서스(0.4%) 대비 12.5배 높은 5%의 DDS02 흡수율을 확인했다. 내년 상반기로 전망되는 1상 흡수율 데이터 확인 시점이 되면 DD02S의 추가 기술이전 또는 이를 보유한 멧세라의 피인수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멧세라와 회사가 맺은 기술이전 계약은 향후 3자 기술이전시 그대로 승계되는 것은 물론, 멧세라가 M&A 될 경우 회사의 기여도를 인정받아 일정 이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특히 DD02S 외 다수 비만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제약사에 인수될 경우 높은 흡수율을 기반으로 한 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 받는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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