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괴사할 때까지 돌로..." SUV차량에서 일어난 엽기 폭행 전말은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10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수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때는 무더위가 막 시작된 7월 중순에 어느 날이었습니다. 112에 굉장히 특이한 신고 전화가 한 통 접수됐죠. 내용은 전남의 한 주택가에 차량이 한 대 세워져 있는데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남자 2명이 그 주변을 돌아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에게 거짓말을 한 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차를 이동시키라고 지시한 이 남자. 이 남자는 과연 왜 이런 행동을 했던 걸까요? 놀라운 건 이 일이 발생하고 약 열흘 후 해당 차량에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채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중상을 입고 발견된 한 남성은 자신들이 게임을 하며 서로 폭행을 주고받다 이 사태가 발생했다 진술했는데요. 어딘지 모르게 엉성하고 수상한 이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아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수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김수민 변호사(이하 김수민): 안녕하세요. 김수민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원화: 최근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사건이기도 한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김수민: 전남 여수경찰서에 지난해 7월 29일 오전 11시 40분쯤 여수시 소라면 자동차 전용도로 졸음쉼터에 주차된 SUV 차량 안에서 사람이 숨져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되었는데요. 경찰 출동 당시 차량 동승자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고, 운전자 B씨는 숨이 붙어 있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허벅지 살이 다 떨어져 나가고 피부 괴사로 인한 과다 출혈로 생명이 위중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원화: 허벅지 살이 다 떨어져 나가고 괴사될 정도였다는 거는 두 명 모두 부상이 심각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치료를 안 했다. 이건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가는 대목이긴 하거든요.
◇김수민: 이뿐만 아니라 당시 중상을 입은 남성은 수사 초기에 이해할 수 없는 진술을 하였는데요. 해당 남성은 숨진 A씨와 자신은 모두 30대 일용직 근로자들로 2020년쯤 인터넷 게임을 통해 알게 되었으며, 게임 머니와 현금을 주고받다가 갈등을 빚은 뒤 2023년 6월 말부터 집에 돌아가지 않고 잠도 안 자는 끝장 논쟁을 통해 채무를 정리하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서로가 잠들면 뺨을 때리거나 주먹질을 해오다가 그래도 잠이 들면 허벅지를 돌로 내리찍었으며, 그러던 중 7월 29일 오전 11시 40분경 1명이 사망하자 나머지 1명이 신고했다라고 진술하였다고 합니다.
◆이원화: 끝장 토론을 했고, 상대가 잠이 들면 돌로 허벅지를 찍는 벌칙을 주기로 했다.이걸 성인 남성 2명이 합의를 봤다는 게 글쎄요. 저만 이해가 안 가나요
◇김수민: 그런데 살아남은 남성의 진술을 믿도록 할 만한 피해 승낙 확인서라는 명칭의 각서가 차량 안에서 발견되어 처음에는 단순히 두 사람의 금융 관계에 의한 싸움으로 발생한 사건처럼 보이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경찰은 두 사람이 채권 채무 관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됐고 서로 돌과 같은 둔기로 때린 것으로 보고 상해치사 혐의로 수사를 해나갔다고 합니다. 당시 경찰 관계자가 제3자에 의한 살인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라는 이야기도 언론에 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계약서라는게 나왔다는 건데 부검 결과는 어땠습니까?
◇김수민: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둔기로 맞은 허벅지 상처에 의한 패혈증과 과다 출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사하던 경찰은 살아남은 남성의 진술이 이러한 부검 결과나 피부, 괴사 흔적 등으로 미루어 봤을 때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살아남은 남성의 진술에 의문점을 가지고 차량 블랙박스, 통화 내역, CCTV, 인근 아파트 주민 증언 등의 자료를 집요하게 분석하였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이 사건의 충격적인 반전이 드러났습니다.
◆이원화: 충격적인 반전, 어떤 반전이었습니까?
◇김수민: 경찰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였는데요.CCTV와 블랙박스를 면밀히 살펴보니 제3의 인물 C씨가 부각되었고, 이 인물이 알고 보니 차량에서 발견된 두 사람을 심리적으로 지배, 흔히 말하는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죠. 심리적 지배에 의하여 조종하며 금품을 뜯어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원화: 근데 어린아이도 아니고 성인 남성이었잖아요. 누군가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지어 경찰에 발각됐을 때도 제3의 인물을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조종을 당한다는 게 쉽게 이해는 안 가는데, 어쨌든 제3의 인물 도대체 누구였습니까?
◇김수민: 제3의 인물 이제 진범이라고 하겠습니다. 진범은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이력이 있기도한 채권 추심업자로 봉사단체 간부로 활동하면서 지역 유지 행세를 하였는데, 실제로는 변호사 관련직은 2주일만 있다가 잘리고, 채권 추심 기관 근무도 19년부터 20년까지 한 것에 불과했으며, 근무 당시 월 평균 수입도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또 지인들에게는 자신이 사법고시와 경찰공무원 시험 등에 응시한 경험이 있다고 얘기하고 다녔지만 이 역시 모두 거짓이었을 정도로 거짓말에는 매우 능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진범은 A씨와 B씨에게 변호사 비용 등 각종 허위 채무를 만들어 돈을 갚으라며 협박을 한 거고 지속적으로 갚아야 할 빚이 있다 라는 거짓말과 함께 돈을 갚지 않으면 형사조치를 취하겠다는 위협적 언행을 일삼으면서 A씨와 B씨가 자신을 맹신토록 하고 자신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도록 만들어 금품을 뜯어냈다고 합니다.
◆이원화: 도대체 어떻게 해서 빚이 9억 가까이 생기게 된 거죠?
◇김수민: 실제로 9억 원의 채무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고요. 진범은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내지는 채권추심원으로 일하던 중 피해자들을 알게 된 이후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마치 자신이 피해자들의 채무를 대신하여 변제해주고 관련 분쟁을 해결해 주면서 비용을 지출하거나 있지도 않은 피해자들과 관련된 고소 민사소송 민사집행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이고, 피해자들이 대위변제금과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진범에게 갚아야 하는 것으로 믿게 하여 총 9억 원의 채무를 부담지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변호사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만 소송을 한 건도 아니고 9건이나 진행을 하면 또 뭐 9억의 채무가 생겼을 정도면 그동안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할 수밖에는 없어요. 그리고 사실 변호사 사무실이나 로펌 입장에서도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을 해야 되는 그런 사건들이었을 걸로 보이고 소송 수행 과정에서 일단 소송 당사자들한테 사실관계 파악도 해야 되고 입증 방법으로 증거도 제출을 받아야 되고 이러면서 소통을 많이 하잖아요. 저희도 일을 해보면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그런 과정들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A씨랑 B씨가 속아 넘어갔다는 게 황당하거든요.
◇김수민: 네 저도 다른 법무법인이나 변호사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9억 원이나 납부할 만한 사건인지도 자문을 구해봤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 그러한 황당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진범은 A씨와 B씨를 상대로 가스라이팅을 한 다음 차 안에서 서로 때리게 하는 등의 가혹 행위를 하면서 이들이 받은 임금과 자신이 정한 생활 규칙 위반에 따른 벌금, 각종 심판 비용 등을 명목으로 4년 9개월에 걸쳐 모두 2억 9천만 원을 가로채고, 특히 사망한 A씨의 모친을 상대로는 아들의 민사소송 등 각종 법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속이면서 피해자가 신용불량자인 점도 이용해서 어려운 법률 용어를 써가면서 지금 내가 하라는 대로 안 하면 아드님이 계속 신용불량자로 남을 겁니다라는 식으로 겁을 줘서 6억 3천만 원을 가로챘다고 합니다.
◆이원화: 가족까지 건드렸네요. 돈은 그렇다 치고 지금까지도 이해하기 힘든 건 차 안에서 서로의 허벅지를 돌로 찍어가면서 생활했다고 한 부분 이 부분이거든요.
◇김수민: 진범은 A씨와 B씨에게 차량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 폭행을 주고받도록 지시를 하고, 이들이 차량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하는 동안 혹시나 달아날까도 싶어 직접 둔기로 폭행하며 위협을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위중한 줄을 알면서도 방치했다고 하죠.
◆이원화: 근데 어쨌든 이렇게 생활을 하던 거를 혹시 누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그런 게 있었나요?
◇김수민: A씨 사망 9일 전 이들은 인근 한 아파트에 차량을 정박한 상태였는데요. 아파트 주민 여러 명이 이들이 피해를 당하는 정황을 포착하면서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당시 경찰은 차량 소유자로 등록되어 있는 진범을 추궁했는데 그저 차를 빌려준 것뿐이라고 해명해서 순간의 의심을 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진범은 자신의 범행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A씨와 B씨가 차량에 머물며 서로 폭행을 주고받았던 것처럼 꾸미기도 하고, A씨와 B씨로부터 누가 다쳐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 라는 각서까지 받아 심지어 살아남은 남성 B씨가 경찰 조사에서 우리는 채무 관계를 끝내고자 사흘 전부터 서로 합의를 하고 잠들면 때리는 벌칙을 하면서 폭행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는데 그 진술 역시 진범이 미리 강요하고 지시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원화: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심리적 지배를 당한다는 거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지시를 군말 없이 따른다는 거 이거 상상이 가십니까?
◇김수민: 진범은 수년간 그 신용불량자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형사사건, 회생파산 사건 소송 절차 등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계좌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을 심리적 지배 상태에 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비정상적인 생활 규칙을 만들어서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들을 지키도록 하고, 일방의 규칙을 위반할 경우에는 진범에게 보고하고 벌칙으로 상대방의 허벅지를 돌로 내리찍도록 하는 방법으로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모두 지배했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차량이라는 밀집된 공간 안에서 단둘이 감금된 상태로 생활하다 보니 일반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나 규칙에 대해서 잠시 잊은 채로 진범이 만든 비정상적인 생활 규칙에 몰입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규칙을 어기면 피고인이든 뭐 다른 상대방 피해자로부터든 바로 둔기로 맞으니 규칙을 절대시하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이원화: 피해자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또 가해 행위를 하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버린 것 같아요. 가해자 본인이 혐의를 인정을 했나요? 검찰 측에서 공소장 변경했다 뭐 이런 얘기도 있는데요.
◇김수민: 가해자는 재판 나흘 전까지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가 이후 결국 살인, 감금치상 등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고 합니다. 말씀 주신 대로 검찰 측에서 A씨에 대한 살인을 강도 살인으로 그리고 B씨에 대한 중감금 치상을 강도 상해 및 특수중감금으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하고, 피해자들과 모친으로부터 약 10억 원을 가로챈 행위에 대해서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사기 공갈 등으로 추가 기소하였다고 합니다.
◆이원화: 공소장 변경 전이랑 후를 비교를 해보면 형량에 있어서도 좀 차이가 있죠.
◇김수민: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살인의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인 반면 강도 살인의 경우 강도죄를 저지른 자가 살인죄도 저지른 경우에 대한 죄책을 묻는 것으로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또한 중감금 치상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강도 상해의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져서 중감금 치상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원화: 최근 1심 결과가 나왔잖아요. 어떻게 됐습니까?
◇김수민: 2024년 8월 30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가해자는 무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원화: 마땅한 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초범인데 이 정도 형량이 나온 거 이거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죠.
◇김수민: 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착취했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고, 가해자가 초범이지만 상당한 기간에 걸쳐 여러 행태를 반복한 범죄사실과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도 전혀 하지 않은 점, 그리고 피해자 측도 엄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초범으로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아 매우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으로 선고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은 여수 졸음쉼터 돌찍기 살인 사건 짚어봤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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