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쇼핑 등 전자금융업자 25곳, ‘티메프’처럼 경영지도기준 미달

김유진 기자 2024. 9. 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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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전금업자 15% 건전성·유동성 부족
대부분 금감원에 경영개선계획만 제출
제2의 티메프 사태 방지 위해 관리 강화해야
“금감원이 강제 조치할 수 있어야 사태 예방”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뉴스1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를 포함해 전자금융감독규정상 경영지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가 25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돼 티몬·위메프처럼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들 중 티몬·위메프를 제외하고 금융감독원과 경영개선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전자금융업자는 전자적 장치를 통해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선불전자 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자,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등이 포함된다. 상위 업체 몇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세한 업체들이다.

10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영지도기준을 지키지 못한 전금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25곳으로 집계됐다. 최근 판매대금을 정산하지 못해 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몬, 위메프를 포함해 롯데쇼핑, 더페이, 립페이, 차이코퍼레이션, 한국철도공사, 더존비즈온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말 전체 전금업자 164곳 중 15%가량의 회사가 경영지도기준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단, 립페이의 경우 경영개선계획 제출 후 자본금 증자를 통해 올해 상반기 기준 경영지도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자금융업자의 경영지도기준은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할 것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20% 이상일 것 ▲유동성 비율이 최소 40% 이상일 것 등이다. 금감원은 경영지도비율이 악화될 우려가 있거나 경영상 취약부문이 있다고 판단되는 전금업자에 대해 경영개선계획 또는 약정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들 전금업자와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개선계획을 받은 뒤 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면 협약을 체결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긴급현안 질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소영 금융위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경영지도기준을 지키지 못한 전금업자의 대부분이 금감원과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하는 대신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한 곳은 티몬·위메프 등 2곳에 그쳤다.

경영개선협약을 통해 금감원의 집중 관리를 받은 티몬·위메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보다 관리 강도가 덜한 다른 전금업자에서도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은 경영개선협약을 맺으면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계획 이행 실적을 점검하는 등 집중적으로 경영 상황을 확인하고 개선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등록 전금업자에 대해 경영개선 권고나 명령 등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경영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티몬·위메프의 경우에도 경영개선협약 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제재나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결국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라는 문제를 일으켰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개선협약을 맺어도 금감원의 역할이 제한적인데, 하물며 경영개선협약보다 관리 강도가 덜한 경영개선계획 제출만 하는 전금업자에는 금감원의 영향력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 말했다.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전금업자가 경영지도기준을 지키지 못할 경우, 금감원이 나서 수 있도록 제재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금업자도 엄연히 금융사인 만큼 당연히 금융 당국이 제시한 경영지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경영지도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금감원이 전금업자에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를 할 수 있어야 티몬·위메프와 같은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 당국은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전금업자가 경영지도기준이나 별도 관리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경우 금융 당국은 시정 요구, 영업 정지, 등록 취소 등 단계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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