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식 저출생 모델’ 주장하다 경질됐던 나경원···헝가리 전 대통령 만났다
‘헝가리 인구 대역전 비결’ 세션서
노바크 전 헝가리 대통령과 만나
나경원 “헝가리식 저출생 정책과
출산가산점 도입 절실해”
2000년대 초만 해도 저출산국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과감한 결혼 장려·출산 정책을 펴면서 출산율을 크게 올린 헝가리의 노바크 커털린 전 대통령(2022~2024년 재임)이 10일 매일경제가 주최한 제 2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우리 미래의 가장 큰 도전은 저출생으로 세계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특히 한국은 더 큰 위험에 처했다”며 이 같이 경고했다.
커털린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아이가 없는 국가는 죽어가는 국가로, 이는 죽어가는 세상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션은 커털린 전 대통령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 토론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초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저출생 정책 관련 ‘헝가리 모델’ 도입을 주장해왔던 나경원 의원은 “한국은 출산의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이 주택 문제로 헝가리 정책을 기본으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며 “변화하는 인구 문제에 있어 외국인 노동자 고용 촉진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신혼부부가 2억원 이하 주택자금을 연 1% 이내 초저금리로 대출할 수 있게 하고, 출산 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 이자와 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나 의원은 지난해 1월 헝가리식 ‘대출 탕감’ 방안을 거론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이례적으로 ‘정책 기조와 다르다’는 질책을 받아 임명 3달 만에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나 의원은 재택근무와 탄력근무, 유연근무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육아가 남녀 공동부담이라는 인식이 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30대 남녀를 위한 취업에 유리한 점수를 주는 군가산점과 출산가산점을 동시에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저출생 국가로 알려진 헝가리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0년대만 해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헝가리와 한국의 통계청에 따르면 헝가리는 2011년 합계출산율이 1.23명을 기록했으나, 저출생 지원 정책을 통해 꾸준히 증가해 2021년 1.59명까지 올랐다.
한국은 같은 기간 1.24명에서 0.81명까지 떨어졌으며, 지난해엔 0.72명까지 추락했다.
헝가리가 저출생 문제를 극복한 것은 산학연, 언론이 저출생 위기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한 마음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커털린 전 대통령은 “이들이 가족친화적 정책을 수립하고,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해야한다”며 “과감한 재정지원과 세제 절감과 학자금과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상환을 감면해주는 등의 혜택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자녀 4명 이상 출산할 경우 평생 소득세를 면제하는 혜택과 양육자들을 위한 대출 프로그램 도입 등을 들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국 여성이 경력단절 우려로 출산을 꺼리는 등 출산율과 여성 취업률이 상호보완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노바크 전 대통령은 “헝가리의 친가족 정책으로 기혼자 수가 2배 이상 늘고, 출산율과 여성 취업률도 많이 상승했다”며 “여성들이 커리어때문에 자녀를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재계가 같이 협력해 출산 장려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조언했다. 그는 “어린 시절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세 자녀의 자랑스러운 엄마가 됐다”며 “경제학자와 국회의원,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까지 올랐으며 엄마가 됐던 것처럼 꿈을 위한 커리어도 가졌다”고 밝혔다.
노바크 전 대통령은 최근 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것을 지적하며 “젊은이들이 출산을 늦추면 힘들어지고 여파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과학적 기반을 갖춘 정보를 들어야 하며 불임치료도 중요하지만 이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난임·불임 치료제 등 여성건강 증진에 주력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오가논 케빈 알리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연구개발(R&D) 비용 중 4%는 여성에 쓰이는 데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우리 회사는 직원·경영진은 50%, 이사회는 70%가 여성으로 구성돼 채용 기회에 있어 공정한 과정을 가지고 있는데 더 많은 기업이 이 같은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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