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소 없는 찐빵? '애플 첫 AI폰' 베일 벗었지만... 내년까지 AI 못 쓴다
비영어권 AI 출시는 내년 이후로 전망
핵심 기능 빠져 초반 흥행엔 차질 관측
애플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16 시리즈가 9일(현지시간) 미국 애플 본사에서 베일을 벗었다. 아이폰16 시리즈는 지난 6월 애플이 공개했던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되는 첫 번째 아이폰으로, 애플 최초의 AI 폰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받아 왔다. AI 탑재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아이폰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이기도 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16 시리즈는 설계 단계부터 애플 인텔리전스를 고려했다"며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다시 한번 스마트폰의 지평을 넓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정작 AI 기능은 아이폰16 출시와 동시에 제공되지 않는다. 다음 달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순차 배포할 예정이며, 비영어권 국가들에선 내년부터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완성도 높은 AI 시스템을 선보이기 위해 잠시 미룬 것이라지만, 사실상 핵심을 쏙 뺀 제품을 우선 내놓는 셈이어서, 초반 흥행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I가 긴급한 메일 '끌올'하고 통화 요약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했다. 새 시리즈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본 모델(화면 크기 15.4㎝)과 플러스 모델(17.0㎝), 고급 사양인 프로(15.9㎝) 및 프로맥스(17.4㎝) 등 4종으로 구성됐다.
아이폰16 시리즈의 핵심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시스템 전반에 적용돼 제품 사용성을 진화시켰다. 새로 생긴 '글쓰기 도구'가 대표적이다. 이 도구는 AI가 글을 재작성하고 교정하고 요약해 주는 기능이다.급하게 휘갈겨 쓴 메모를 세련된 저녁 파티 초대장으로 바꿔 주거나, 상사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어조 등을 조절해 준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긴급한 것으로 판단되는 메일을 최상단으로 끌어올려 보여 주고, '전화' 앱에선 녹음과 요약 기능을 제공한다. 그간 아이폰으로는 불가능했던 통화 녹음이 가능해진 것이다. 애플은 "통화 중 녹음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당사자들에게 녹음 중이라는 사실이 안내되고, 통화 종료 땐 애플 인텔리전스가 요약을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음성 기반 AI 비서 '시리'는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이용자가 말을 하다가 잠시 멈춘 뒤 계속해도 '이어지는 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따라간다. 수천 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능하고, 앱 전체에 걸쳐 이용자가 요청한 동작을 수행할 수도 있다. 향후 오픈AI의 AI 챗봇 챗GPT와도 연동될 예정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제품 옆쪽에 부착된 '카메라 컨트롤' 버튼으로 카메라 기능을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 확대 및 축소, 빛 노출, 피사계 심도 등의 조절도 가능하다. 또 프로와 프로맥스는 베젤(테두리)을 줄여, 전체 사이즈는 전작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웠다.
화웨이는 '두 번 접히는' 폰 공개.. 혈투 예고
전반적인 개선에도 가격은 인상되지 않았다. 한국 판매가는 아이폰15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기본 모델이 125만 원, 프로 모델은 155만 원부터 시작한다. 한국이 처음으로 신제품 1차 출시국에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아이폰16 시리즈 정식 판매는 오는 20일 시작되며, 사전 주문도 13일부터 가능하다.
다만 '역대급' 흥행은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 연기 탓이다. 실제로 이날 신제품 공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애플 주가는 1% 안팎 하락했다.
애플이 완성도 높은 AI 구현에 애를 먹고 있는 사이, 중국 화웨이는 이날 세계 최초로 두 번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 XT'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지난 7일 중국에서 시작된 이 제품 사전 주문 건수는 이날 300만 건을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제재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화웨이의 능력을 강조하고, 애플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중국 시장 내 입지를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과 화웨이의 치열한 신제품 경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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