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무시" vs "확인도장 받아" 불출석공방에 '지각'대정부질문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10일 공방전을 벌였다. 야당은 불출석하겠다고 알려온 장관들을 향해 "국회 무시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고 해당 부처에서는 "불가피한 일정 탓에 사전에 승인을 받은 불출석"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날 대정부질문은 예정보다 5시간 늦어진 오후 7시에 시작하게 됐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예정된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야 할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불출석한다고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회 무시, 입법권 무시가 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은 헌법에 따라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에 출석해 답변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국무위원들이 중대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대정부질문에 불출석하는 것은 국회와 헌법을 무시한 것"이라며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은 대외 일정을 핑계로 대고 있지만, 행사 내용을 살펴보면 기념 촬영과 주제 발표 및 토론, 만찬 등이 중심인 행사로, 장관 참석이 필수적인 양자회동 등은 늦은 시간에 진행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유신 독재, 전두환 독재 때도 이러지 않았다. 대놓고 국회를 무시하고 헌법을 무시하는 행정부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을 준비했던 야당 의원들도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정동영·한정애·이재정·장경태·박선원·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하 의원 일동)은 "두 장관이 대정부질문 하루 전인 지난 9일 국회에 불출석할 것임을 알려왔다"며 "21번의 거부권 행사, 29번의 국회동의 없는 고위공직자 임명 강행, 그리고 국회 개원식 불참까지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이제 국무위원들까지 국회 무시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공세에 정부와 여당은 사전에 허가를 받은 불출석이라고 반박했다.
외교부 측은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로 국회 일정에 성실히 임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외교부 장관이 참석하는) REAIM(2024 제2차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는 우리가 주최하는 국제회의로서 이미 3월부터 일정이 확정돼 총 36명의 장차관급 대표단이 참석하는 일정"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 대정부질문 일정이 공지된 직후 외교부는 이러한 불가피한 상황을 국회 측(의장실 및 양당 원내대표실)과 공유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장관의 불출석을 서면으로 지난 5일 허가받았다"고 했다.
국방부도 장관 취임 전부터 국회와 일정을 조율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이날부터 이틀간 김용현 장관이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주관하고 연설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지난해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기념해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 총 18개국 장차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원내행정국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측은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국무위원 대리출석 양해 요청을 했고 민주당은 지난 3일 국무위원 대리출석 양해 확인서에 원내대표 직인을 찍어 양해 확인서를 외교부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장관 출석에 대해서도 "지난 5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REAIM 고위급 회의 계획서와 함께 국방부 장관 임명이 될 경우 대정부질문 기간 중 대리출석 양해 상황을 전달했으나 당시 민주당은 국방부 장관 임명 이후에 검토하겠단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지난 9일 대리출석 양해 확인서에 민주당 원내대표의 직인을 찍어 국방부 측에 전달했고 국민의힘도 원내대표 직인을 찍어 대리출석 양해 확인을 했다"고 덧붙였다.
사전에 조율한 장관의 일정에 따라 각 부처 차관의 대리 출석을 사전허가받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양측 원내대표의 직인이 찍힌 '국무위원 대리출석 양해 확인서'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원내대표실 실무자가) 관례적으로 (직인을) 찍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오늘 밤이 돼도 좋으니 두 장관을 반드시 출석시켜 대정부질문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요청이 국회의장실에 전달된 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은 예정보다 5시간 늦어진 오후 7시에 시작하게 됐다. 최근 논란이 됐던 계엄령 선포 모의 의혹, 대북 관계 문제, 한일 관계,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 등이 이날 대정부질문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이하늘 "과거 여친, 강원래와 바람 나"…강원래는 여러번 사과 - 머니투데이
- "배우 안세하, 중학교 일진 '짱'" 폭로…소속사 "100% 사실무근" - 머니투데이
- "번 돈 시부모에 다 줬는데 무릎 꿇고 혼나…남편은 노름에 외박" - 머니투데이
- 남편과 '목욕'까지 한 사촌누나, 이혼한 전처였다…조카는 친딸 - 머니투데이
- '비혼모' 사유리 "아들 젠, 아빠 어디 있냐고 물어…상처될까 미안" - 머니투데이
- 전성기 때 사라진 여가수…"강남 업소 사장과 결혼, 도박으로 재산 날려" - 머니투데이
- '아이 셋·아빠 셋' 고딩엄마…이혼+동거소식에 큰아들 "미쳤나 싶었다" - 머니투데이
- SK하이닉스 5% 급락… 17만 닉스 붕괴되나 - 머니투데이
- "꼰대 닥쳐"…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시위, 막말·야구방망이까지 - 머니투데이
- "제주가 어쩌다 이지경" 줄줄이 공실…바가지 쓴 한국인들 "일본 간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