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흠뻑 젖어 ‘물의 유희’ 연주한 캉토로프 “쨍쨍한 햇볕 아래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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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이 아니라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였다면 이렇게 특별한 연주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7)가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 모리스 라벨의 '물의 유희'를 연주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캉토로프는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바쁜 와중에도 공연장에 오는 청중에게 연주자로서 반드시 뭔가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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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이 아니라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였다면 이렇게 특별한 연주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지난 7월26일 센 강 다리 위,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 위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7)가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 모리스 라벨의 ‘물의 유희’를 연주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돼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랑스가 문화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예술가로 선택한 캉토로프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프랑스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그는 지난 9일 밤(한국시각)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15분 정도 빗속에서 흠뻑 젖어 대기했지만 그만큼 더 특별한 기쁨을 줬던 연주”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당시 그는 비가 그치지 않는 가운데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까지 연주했다.
캉토로프는 다음 달 통영(5일)과 수원(6일), 서울(9일)에서 국내 두 번째 리사이틀을 연다. 브람스 ‘두 개의 랩소디’ 중 1번, 리스트의 ‘순례의 해’ 중 첫 번째 ‘오베르망의 골짜기’와 초절기교 연습곡 제12번 ‘눈보라’,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1번 등 다양한 곡을 선보인다.
그는 “여러 작품의 연결성을 찾아내 소개할 수 있어서 독주회 프로그램을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부모 모두 바이올리니스트였는데, 아버지 장자크 캉토로프(79)는 저명한 지휘자이기도 하다. 왜 바이올린 말고 피아노를 선택했느냐고 묻자, “피아노가 바이올린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피아노를 선택한 덕분에 부모님과 실내악을 연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캉토로프는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최고 영예인 ‘그랑프리’까지 수상했다. 이 콧대 높은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피아니스트는 그와 다닐 트리포노프(33) 단 두 명뿐이다. 상금도 우승이 3만달러(약 3700만원)인데 그랑프리는 10만달러(약 1억2천만원)에 이른다.
캉토로프는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바쁜 와중에도 공연장에 오는 청중에게 연주자로서 반드시 뭔가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리스트의 환생’ 같은 거창한 수식보다 ‘진실한 피아니스트’로 불리길 원했다. “가면을 쓴다거나 벽을 만들거나 허울을 걸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저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요.”
캉토로프는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메트너(1880~1951) 재조명을 자신의 음악적 소명이라고 했다. “20세기의 쇼팽이라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작곡가죠. 음악사적으로도 중요한 인물이고요.”
이밖에도 빅토리아 포스트니코바(1944~2018),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1901~1961), 미하일 플레트네프(67) 등 러시아 연주자들을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 꼽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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