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만 4조’ 디램 기술, 삼성전자 전 임원이 중국에 빼돌려

김채운 기자 2024. 9. 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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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만 4조원 넘게 들어간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삼성전자 전 임원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10일 오후 서울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 대표 최진석(66)씨와 공정설계실장 오아무개(60)씨 2명을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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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명 구속
중국 쓰촨성 청두시 가오신구에 있는 청두가오전 연구개발(R&D)센터 내부 모습. CHJS 누리집 소개 영상 갈무리

개발에만 4조원 넘게 들어간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삼성전자 전 임원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10일 오후 서울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 대표 최진석(66)씨와 공정설계실장 오아무개(60)씨 2명을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청두가오전을 세우고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을 여럿 이직시켜 삼성전자의 디(D)램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술을 통째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오씨는 유출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최씨는 삼성전자 상무, 하이닉스반도체(현 에스케이(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국내 반도체 제조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경찰 설명을 들어보면, 최씨는 국내 업체 퇴사 뒤인 2018년 8월 중국 쓰촨성 청두시 가오신구와 함께 반도체 업체를 세우기로 하고 삼성전자 디램 메모리 수석 연구원을 지낸 오씨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핵심 전문인력 200여명을 영입했다.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정을 그대로 베낀 ‘복제 공장’을 지으려다 한차례 실패한 최씨는 2020년 9월 가오신구와 함께 문제가 된 청두가오전을 세웠다. 가오신구가 4600억원의 자본을 출자하고 최씨는 인력·기술을 제공하는 합작회사 형태였다. 최씨가 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삼성전자가 가진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서(PRP), 최종 목표 규격(MTS) 기술 등을 유출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다.

중국 쓰촨성 청두시 가오신구에 있는 청두가오전 회사 전경. 청두가오전 누리집

삼성전자의 18나노급 반도체 공정 개발비는 약 2조3천억원, 20나노급 반도체는 약 2조원으로 피해 기술 개발비만 약 4조3천억원인데, 여기에 경제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실제 피해액은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조광현 서울경찰청 안보수사지원과장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디램 개발에 4∼5년이 걸리는데, 청두가오전은 공장을 세운 지 불과 1년3개월 만에 시범 웨이퍼(기초개발제품)를 생산했다”며 “연구개발 과정 없이 삼성전자의 수십 년 노하우를 부당하게 취득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중 중심의 세계 기술패권 전쟁 ‘글로벌 칩 워(Chip War)’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등 경제 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가 시작되며 현재 청두가오전 생산 공장은 가동을 멈춘 상황이다. 경찰은 국내에서 이 회사로 이직한 임직원 30여명을 추가 입건해 수사하고 있으며, 이직 과정에서 기술 유출을 목적으로 한 불법 인력 송출이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청두가오전은 국내에서 이직한 기술 인력을 2∼3년만 고용한 뒤 사실상 해고하고, 이직 때 약속했던 혜택을 철회해 이들의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하는 등 협력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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