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영탁 전 소속사 대표 '음원 사재기' 인정

영탁은 무혐의 처분

돈을 주고 음원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가수 영탁(41)의 전 소속사 대표가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형사처벌 여부에 대해선 법적으로 다툴 것이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음악산업법위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규 밀라그로 대표 등 11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10일 열었다. 피고인 출석이 의무인 공판에 3명이 나오지 않아, 재판부는 이 중 한 명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하고 재판을 시작했다.

이 대표 측은 6월 열린 공판준비기일 때와 동일하게 "(공소장에 적시된) 사실관계엔 이견이 없지만 법리적으로는 따져볼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음원 순위를 높여주는 대가로 3,000만 원을 지급하긴 했지만, 고의가 약했고 검색어 순위 조작은 의뢰하지도 않았단 취지다.

전 기획사 대표 김모씨 측은 "일부 법리적 주장을 할 건 있지만,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자백한다"고 말했다. 다른 네 명의 피고인도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 범행 경위를 참작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일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만 의뢰했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15개 음원의 순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500여 대의 가상 컴퓨터, 대량 구입한 인터넷주소(IP), 불법 취득한 개인정보 1,627개를 이용해 음원을 172만7,985회 반복 재생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네 곳의 연예기획사와 홍보대행사 관계자인 이들이 조직적으로 음원을 사재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대표는 특히 2019년 영탁의 발매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의 음원 사재기를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노래를 부른 영탁은 이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2016년 3월 음원 사재기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음악산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재판에 넘겨진 첫 사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음반 등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