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은 생략·회장은 횡령 의혹' 배드민턴협회, 이번 계기로 '정상화'될까 [ST스페셜]

김경현 기자 2024. 9. 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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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문체부 체육정책국장 / 사진=권광일 기자

[정부서울청사=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을 비롯한 임원의 비리 의혹이 공개됐다.

문체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203호 브리핑룸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브리핑을 개최했다. 당초 9일로 예정된 브리핑 일정이 10일로 밀리며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불참했다. 대신 대신 이정우 문체부 체육정책국장, 김홍필 문체부 체육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문체부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선수단 후원용품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협회는 유니폼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의 용품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을 강제하는 종목은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 44개 중 복싱(글러브, 운동화)과 배드민턴이 유일하다. '신발'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올라왔지만, 김택규 회장이 반대해 현행 체계가 유지됐다.

유니폼 로고 노출을 제한해 선수들의 부가 수입 창출 역시 막았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유니폼에 최대 5개의 후원사 로고를 노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회는 5개 중 1개만 선수의 후원사를 노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협회 후원사 5개 로고를 노출해 선수의 개인 후원사 로고 노출을 막고 있다.

후원사 후원금과 보너스도 선수들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2017년에는 전체 후원금의 20%를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배분하는 규정이 존재했다. 협회는 2021년 6월 이 조항을 삭제했다. 후원금 규정을 삭제하며 협회는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외려 대다수의 선수단은 문체부 의견 청취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국가대표 선수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달성할 시 후원사의 보너스가 지급된다. 이는 후원금과 별도의 보상 체계다. 2022년 12월까지는 후원사가 협회를 통해 선수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2023년 4월 보너스가 '후원사가 협회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선수에게 지급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삭제된 것. 국가대표 선수단은 보너스 지급 방식의 변화를 모르고 있었으며, 현재 보너스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후원금과 보너스에 대해 협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실 관계를 청취할 예정이며 사용처 역시 확인하려 한다.

사진=권광일 기자


한편 김택규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023년 김택규 회장과 김택규 회장이 직접 임명한 공모사업추진위원장(태안군배드민턴협회장)은 용품구입업체(후원사)에 물품을 구입하며, 협회 직원들 몰래 위원장이 후원사에 요구해 후원 물품 지급 계약을 구두로 체결했다.

실제 수령한 물품은 약 1억 5000만 원이며, 위원장이 지역별 물량을 임의로 배정하면 후원사가 지역 배드민턴협회로 배송하는 식으로 물품이 배분됐다.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는 약 4000만 원 상당의 용품이 배송됐다.

또한 2024년 김택규 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후원사로부터 약 1억 4000만 원 상당의 후원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도 공문 등 공식 절차 없이 임의로 배부되고 있다.

현재 문체부가 파악한 상황만으로도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위반이며, 협회의 '기부 및 후원물품 관리 규정' 제6조 및 제7조도 위반한 상태다.

이정우 국장은 "페이백 문제의 본질은 1억 5천에 해당하는 물픔을 추가로 받은 것이다. 후원사에서 실제적으로 2023~2024년 평균 8억 6천만 원 정도 물품을 구입하니까, 후원사에서 추가로 1억 5천만 원 내지 1억 4천만 원을 준 것인데, 문제의 핵심은 그렇게 받은 물품을 아무런 장부 없이 임의로 받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협회에서 설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을 소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김택규 회장은) 실무자들에게 보고받은 것으로는 횡령과 배임에 대한 것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정책국장 / 사진=권광일 기자


정당하게 주어져야 할 돈은 지급되지 않았고, 눈먼 돈이 김택규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간 모양새다.

협회 정관 제2조에는 "운동선수와 생활체육 및 그 단체를 지원⋅육성하고 우수한 선수를 양성하여 국위선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립 목적이 적혀있다. 이번 브리핑에서 드러난 행태와는 정반대다.

문체부는 9월 말 조사를 국가대표 관리 체계화를 포함해 종합적인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정우 국장은 언론에 화제가 된 것 말고도 보조금 관련 사업 몇 개를 더 살펴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협회는 선수가 있기에 존재한다. 협회의 주인은 회장이 아닌 선수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협회가 '정상화'되어 제2, 제3의 안세영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안세영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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