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사고·전산마비·셔틀 영화관…아직 미숙한 '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인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선호한다. '부산'은 더 재미있고 덜 감동적인데, '제천'은 덜 재미있고 더 감동적이어서다. 부산이 왁자지껄한 거리, 풍성한 이벤트, 화려한 출연진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에 특화됐다면, 제천은 오로지 영화 작품 그 자체에 온 넋을 뺏길 정도다. 부산도 빛나는 영화 축제인 건 분명하지만, 가슴 폐부를 찌르는 '인간의 냄새'는 제천에 훨씬 깊이 배어 있다.
그런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올해로 20돌을 맞았다. 그 시작부터 수많은 시간을 제천에서 보냈는데 좋게 말하면 '변한 것 없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변화도 진화도 없고 심지어 운영도 미숙하다'.
지역에서 어떤 축제 문화가 정착하면 사람과 주변 상가가 활기를 띠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20회 제천은 어느 곳이든 조용하거나 침묵했다. 개막작 '아바' 티켓이 매진이라는 홍보와 달리, 정작 객석은 빈자리가 눈에 띄게 많았고, 이후 여러 '매진 작품'들도 관객은 생각만큼 몰려들지 않았다. 작품의 가치나 인기와 상관없이, 지역 축제 자체가 에너지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시작부터 미숙한 운영들이 도마에 올랐다. 개최 이틀째인 6일 '원썸머나잇' 무대부터 '사고'로 점철됐다. 이날 저녁부터 잔잔히 내리던 비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이어지는 데도 폭죽을 계속 쏴대는 통에 1도, 2도 화상을 입은 병원행 환자 2명을 포함, 관객 15명이 폭죽 피해를 봤다. 안전 불감증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현장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엔 티켓 구매 먹통으로 혼선이 빚어졌다. 메인 무대인 제천예술의전당을 포함한 여러 티켓 구매처에서 전산이 마비돼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영화 상영을 놓친 관객이 여럿이었다. 티켓 구매는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됐는데, 줄을 서던 구매자들이 전산이 마비되자 발을 동동 구르며 최소 30분에서 1시간가량 대기해야 했다. 전산이 복구되면서 티켓은 정상적으로 발행됐으나 이마저도 중복 발행되거나 다른 영화로 잘못 발행되는 등 어수선하고 불안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티켓을 구매한 관람객은 바로 옆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고 셔틀버스나 자가용으로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했다. 어떤 영화관은 최대 30분 이상(예술의전당에서 세명대학교) 걸리는 거리에 있을 정도로 멀다 보니 겪어야 할 고충이었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가장 큰 낭패는 '영화관 없는 영화 축제'라는 점이다. 멀티플렉스로 영화축제의 중심이었던 메가박스 제천은 지난해 1월 폐업했고 CGV 제천 역시 영업 정지 후 공매로 내놓아 사실상 영화관은 모두 사라진 셈이다.
이를 대신하는 영화관이 세명대학교, 제천영상미디어센터 봄, 제천문화회관 등으로 산재해 관람객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무엇보다 원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옮겨 다녀야 하니, 셔틀버스를 타고 매번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적지 않고 셔틀을 놓치면 갈 방법도 마땅히 없다.
특히 자가용으로 세명대 영화관을 찾을 땐 어디서 상영하는지 알 길이 없어 한참 헤매야 했다. 셔틀버스 정차역 앞에만 상영관 표지판이 있을 뿐, 세명대 입구에서부터 찾으려면 묻고 또 물어야 했다.
영화관이 뿔뿔이 흩어졌고 홍보도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인근 상권도 활력이 떨어졌다. 3일 동안 찾아간 여러 식당에선 지금 영화 축제가 열리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모든 열악한 상황에도 작품을 보는 동안에는 감동과 탄성이 식지 않았다. 음악을 매개로 펼쳐지는 감동적 스토리도 그렇고, 한 아티스트의 생애를 촘촘히 따라가면서 느끼는 인생의 희노애락도 마찬가지다.
그런 훌륭한 작품 세계가 운영 미숙과 불편한 상영 분위기로 가려지고 폄훼된다는 사실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유일한 가치와 콘텐츠'를 위해서라도 20년 이후의 '새로운 시작'은 무엇이 되어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제천(충북)=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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