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지정 철회'로 규제 완화했다지만… 플랫폼 업계는 '울상'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일 기존 논의한 '사전 지정' 방침을 업계·전문가·관계부처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해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을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당초 공정위는 사건처리의 신속성을 고려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형태인 사전지정제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한발 물러나 사후 추정 방식과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병행한다는 대안을 마련했다.
사전 규제는 물거품이 됐지만 규제적용 대상 기준은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적용기준(점유율 50%) 보다 강화해 독점력이 공고한 경우로 기준을 삼았다. 규제적용 대상 기준은 1개 회사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인 경우 또는 3개 이하 회사 시장점유율이 85% 이상이고 이용자 수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다. 공정위가 제시한 규율 대상 기준에 따르면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이 규제를 받게 된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
공정위의 발표를 두고 플랫폼 업계는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플랫폼 산업을 규제 산업으로 만드는 기존 온플법과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기존 온플법에서 한 발 물러났다지만 기업의 성장을 저해해 플랫폼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법안이란 점에서 다른 바가 없다"며 "사전지정제와 사후추정제의 차이도 확연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이 불만을 내비친 또 다른 규제는 과징금 상향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과징금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6%인데 정부는 이를 8%까지 올린다고 밝혔다. 반경쟁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 임시중지명령 제도도 도입한다.
공정위가 지배적 플랫폼의 시장 내 영향력에 상응하는 입증책임을 강화하겠다며 플랫폼사의 항변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서도 플랫폼 업계에선 입증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규제기관에 있는데 이를 사업자에게 미루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에 해당한다는 비판과 함께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데다 과징금 상한을 올려 체감상 오히려 규제는 강화된 것 같다"며 "구체적인 법안이 나와야겠지만 기업의 행위가 무죄라는 것을 직접 입증하는 것은 부담을 키우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규제 대상에서 연간 매출액 4조원 미만 플랫폼 기업은 제외한다. 스타트업에까지 규제를 씌운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트업 플랫폼 업계도 이번 개정안을 두고 반발했다. 한 스타트업 플랫폼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성장하면 규제가 존재하는 기업에 굳이 왜 투자를 하려고 들겠냐"며 "이는 스타트업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도 저해해 사회 전반이 혁신에 뒤처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여전히 국내 상황에 맞지 않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국경과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외 플랫폼에 대한 실효적 규제가 쉽지 않아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자국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대한민국 정도인데 플랫폼법 같은 규제가 많아지면 토종 플랫폼의 가치는 저하되고 성장 기회는 사라질 수 있다"며 "목적은 정당할 수 있으나 유럽 내 기업들을 보호코자 하는 DMA와는 반대되는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 신산업과 구산업이 상생해야만 한국도 성장할 수 있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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