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신건강, 개인의 문제 아닌 사회와 기업의 생존의 문제"

장도민 기자 2024. 9. 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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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2.5명, 주의 이상 관리 필요…이중 1명은 시급"
케이더봄 연구소 제공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케이더봄은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정신건강 측면에서 '위험'과 '응급 등급'으로 우선적으로 정신건강 케어가 필요하다는 직장인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정신건강 진단 플랫폼을 연구, 개발하는 서강대학 헬스케어 산학기업인 케이더봄 연구소는 최근 1년 동안 1만 3000명의 직장인 대상으로 실행한 자가정신건강 진단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신건강지표를 우울, 불면, 자살, 불안, 스트레스, 직무스트레스, 직무 소진, 흡연, 삶의 질 등 10개 구분으로 120문항의 진단 척도로 자가 진단한 결과로 정상, 주의, 위험, 응급 단계로 구분하여 그 결과(응답자 3536명)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전국 규모의 공기업과 외국계 IT 기업, 벤처 기업, 제조업 등의 다양한 기업들이 포함됐다.

종합지표에서 정상그룹은 76.1%로 나왔고, 주의그룹이 12.3%, 위험이 6.6%, 응급은 5.1%로 집계돼 적극적 조치가 필요가 필요한 대상그룹(위험+응급)이 11.9%로 직장인 10명 한 명 이상은 정신건강에 위험한 지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케이더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특히 응급으로 식별된 대상자들은 자살 위험에도 높게 노출될 수 있는 잠재적 고위험군이라 볼 수 있다"며 "기업과 사회 차원의 체계적인 정신건강 관리와 심리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케이더봄 연구소 제공

◇"전 연령대 중 30대, 정신건강이 가장 위험" 30대가 위험과 응급을 합해 14.6%로 가장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이는 50대 이상의 8.7%와 약 5% 차이다. 30대는 우울, 불안, 불면, 음주, 스트레스, 직무스트레스, 직무 소진 등 대부분에서 정신건강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직장 내에서 30대에 대한 높은 직무 성과 기대가 무관하지 않고 이에 비해 아직은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괴리감과 부담감이 주는 고통으로 풀이된다.

삶의 질 평가에서는 40대가 가장 낮은 점수를 보이고 있다. 40대 가장의 경우 자녀의 학업과 성장에 따른 자기희생이 삶의 질에 대한 만족감을 저하한다. 반면 20대 직장인의 경우 가장이 갖는 경제적 부담과 육아의 부담에서 대부분 자유로워서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은 삶의 질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바로 결혼을 피하고 출산을 피하는 간접적 지표가 될 수 있다.

흡연 척도에서는 연령이 낮을수록 흡연의존도가 급격히 떨어져 20대의 흡연 의존도가 50대 이상의 연령대에 비해 절반 이하를 보인다. 유일하게 세대의 흐름으로 개선되는 항목이다.

◇"여성, 스트레스와 직무 소진이 남성보다 높아" 남·여 구분에 따른 통계로 보면 여성 직장인이 남성 직장인에 비해 큰 차이는 아니지만 우울, 불안, 각종 스트레스, 직무 소진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부정적 수치를 보였다. 특히 직무에 관련된 직무 스트레스, 직무 소진에서 다른 항목에서 비해 조금 더 차이를 보인다. 이는 여성이 직장에서의 직무 책임감과 추가로 가사에 대한 부담을 남성보다 더 부담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남성은 음주와 흡연의 의존도가 여성보다 월등히 높아, 심리적 스트레스를 음주와 흡연으로 대응(해소)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며, 남성의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것에 흡연과 음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명 중 3명은 스트레스가 일상" 전체 응답자의 약 31.4%가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무 스트레스와 직무 소진에서도 상위 25%에 해당하는 직장인들의 비율이 각각 80%와 10.5%로 나타나, 많은 직장인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소진을 경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근래 직장인의 자살에서 가장 높은 원인으로 직무로 인한 고도의 스트레스가 보도된 바도 있다.

◇"우울, 불면, 불안 직장인 디수…'골든타임' 내에 치료해야" 조사 대상 직장인 중 주의가 필요한 우울 상태에 있는 직장인들이 15.3%, 불면 증상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이 10.4%로 확인됐다. 우울, 불안 치료의 골든 타임을 넘기면 수십 배의 비용으로 늘어나거나, 치료 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더 비극적인 상태로 빠지게 될 수 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절실하게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용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는 케이더봄의 정신건강 자가 진단 결과에 대해 "직장인의 스트레스나 소진(번 아웃)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가 확인된 것"이라며 "이는 단지 당사자 개인에게뿐 아니라 조직의 분위기, 나아가 회사의 생산성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 이상 감추거나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고 방임해서는 안 되며 회사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오너나 리더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임직원의 정신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거나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을 때 가시적인 결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며 "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와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적용했던 경험을 살펴보면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는 명백하다"고 말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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