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알리다 고초 당한 이산하 시인…37년 만에 인정된 국가 불법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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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서사시 '한라산'으로 제주4·3사건을 세상에 알린 이산하(본명 이상백) 시인에 대한 공안기관의 인권침해 사실이 37년 만에 인정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제86차 위원회에서 이 시인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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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서사시 ‘한라산’으로 제주4·3사건을 세상에 알린 이산하(본명 이상백) 시인에 대한 공안기관의 인권침해 사실이 37년 만에 인정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제86차 위원회에서 이 시인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1987년 사회과학전문지 ‘녹두서평’ 창간호(3월)에 실린 이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은 한국사회에 당시까지 금기시되던 제주4·3학살의 실상을 폭로하며 충격을 준 작품이다. 같은 해 4월 서울특별시경찰국 공안수사단은 ‘한라산’이 ‘제주4·3 폭동을 의거로 미화한 용공시’라는 이유로 이 시인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했고 서울 중부경찰서가 도피 중이던 이 시인을 검거했다. 법원은 1988년 이 시인에 징역 1년6개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 시인은 사건 당시 공안수사단 수사관들에 의해 가혹 행위 등 불법적인 수사가 이뤄졌다며 2021년 12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지난해 6월 조사개시가 결정됐다. 진실화해위가 사건의 판결문, 수사·재판기록, 이 시인의 재판 당시 변호인, 사건 담당 경찰 수사관 등을 조사한 결과, 1987년 11월 중부경찰서 수사관들에게 이 시인을 붙잡은 뒤 구속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지 않아 불법 구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공안수사단 수사 과정에서 이 시인이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한 정황도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가 이 시인에게 사과하고, 재심 등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 시인은 이날 한겨레에 “당시 담당 공안 검사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였는데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매스컴에 나올 때마다 예전 기억이 상기돼 힘들었다. 정신과에 다니며 계속 약을 먹어왔다”면서 “국가가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지금이라도 인정해 다행이다. 향후에도 여러 고문·가혹행위 사건들에 대한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진실화해위는 이날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사건 관련 인권침해’ 사건과 ‘재일동포 이수희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기사연 사건’은 1983년 현역교사들이 ‘교과서 분석팀’을 구성해 정부의 통일 정책이 실린 국정교과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논문을 쓰려다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 의해 가혹행위를 당한 사건이다. 당시 교사들에게 남북한 통일정책 등을 강의했던 리영희 한양대 교수와 강만길 고려대 교수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기사연 노아무개 원장 등 9명의 교사는 최소 8일, 최장 14일간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불법구금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가 있었고, 임신부인 피해자도 장기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자술서 작성을 강요당한 사실도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기사연 사건에 대해서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가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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