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에게 잡아먹혀도 아가미로 탈출하는 뱀장어

새끼 뱀장어가 물고기 뱃속에서 꼬리 끝을 활용해 아가미를 통해 탈출하는 순간. Hasegawa et al./Current Biology 제공

다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혀 뱃속에 들어간 뱀장어가 아가미를 통해 탈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가와바타 유키 일본 나가사키대 수산 및 환경과학대학원 교수팀이 엑스선으로 새끼 뱀장어(Anguilla japonica)가 물고기 뱃속에서 아가미를 통해 탈출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연구결과를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뱀장어가 포식자의 아가미로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정확한 방법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엑스선 영상 촬영으로 뱀장어를 잡아먹는 물고기의 내부를 관찰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뱀장어의 포식자 물고기인 남방동사리(Dark sleeper, 학명 Odontobutis obscura)의 몸속을 잘 관찰하기 위해 조영제를 주사하고 뱀장어와 함께 수조에 넣은 뒤 뱀장어가 잡아먹히고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물고기 뱃속에 들어간 뱀장어는 꼬리 끝을 이용해 소화관을 거슬러 올라갔다. 이후 몸을 비틀며 아가미를 통해 꼬리부터 거꾸로 몸을 빼냈다.

물고기에게 먹힌 뱀장어 32마리 중 4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식도와 아가미를 향해 탈출을 시도했다. 13마리는 꼬리를 아가미 밖으로 빼는 데 성공했고 13마리 중 9마리는 아가미를 통해 탈출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탈출한 뱀장어들의 평균 탈출 시간은 56초였다.

강바닥의 좁은 틈새에 잘 들어가도록 설계된 뱀장어의 가늘고 긴 근육질 몸이 탈출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많은 육식성 어류는 먹이를 머리부터 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뱀장어는 긴 몸 덕분에 삼켜질 때 꼬리가 식도에 남아있을 확률이 높아 탈출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유키 교수는 "실험을 시작할 때는 뱀장어가 포식자의 입에서 아가미로 바로 탈출할 것으로 추측했지만 예상과 달리 뱀장어가 포식자 뱃속에서부터 아가미로 탈출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추가 연구 결과 뱀장어들이 언제나 아가미를 통해 탈출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뱀장어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 뱃속에서 빙빙 돌기도 했다. 

유키 교수는 "포식자 소화관 내에서 먹이의 행동 패턴과 탈출 과정을 관찰한 최초의 연구"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에서 뱀장어가 성공적으로 탈출할 수 있는 특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예정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ub.2024.07.023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