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게 두지 말라” 자살 예방책에서도 지워진 성소수자

오동욱 기자 2024. 9. 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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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살예방의 날인 1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등 7개 성소수자 인권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자살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돌보고 의존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려 노력할 때, 축 처진 어깨와 한숨 대신 너와 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한 사람의 시민이자, 성소수자 공동체의 일원으로 우리가 살아가려는 삶이다.”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애써 눌렀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성소수자를 지우고 배제하는 국가에 대한 설움, 먼저 떠난 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말을 이을 수 없었다”고 했다. 유승희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법인운영팀장은 “차별과 혐오 속에서 먼저 떠난 동료들을 기억한다. 여기 모인 우리는 너무나 그립고 이름을 부르고 싶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은 이날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의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자살 예방 대책에서 성소수자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살 위험에 놓인 시민을 구조하고 예방할 책임을 진 국가가 성소수자의 자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선호찬 띵동 사무국장은 “띵동 개소 후 9년간 총 242건, 해마다 30건에 가까운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위기 사건들이 있었다”며 “정부는 이들의 자살예방 정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연구도 진행한 적 없다”고 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들이 더욱 고립되고 있다고 했다. 하루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 상임활동가는 “차별·혐오·사회적 낙인·경제적 어려움과 없이 많은 어려움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도와달라’고 손 내밀 곳 없는 것이 소수자들의 현실”이라고 했다. 성소수자 부부로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소성욱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평등 대신 보수 혐오 선동 세력의 표를 얻기 위해 성소수자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대한 혐오를 일삼기 바쁘고, 우리는 아직도 학교·일터 곳곳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안창호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나왔다.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안 위원장은 ‘민주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 결론을 내고 우리의 의견을 만들자’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우리에 성소수자들은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반동성애 차별혐오 선동 세력”이라고 했다.

이들은 성소수자 특성을 고려한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왜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살을 생각하며 괴로워하는지, 트랜스젠더 자살률이 이토록 높은지, 약물 사용자들이 고군분투하던 중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는지 국가가 나서 실태와 원인을 파악하고, 함께 살아가자고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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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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