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AI 연결`… 오라클, MS·아마존·구글과 경쟁·협력

팽동현 2024. 9. 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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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술 낮은가격에 제공
데이터·클라우드 '양손 전략'
'오픈AI' 인프라 수요 해소
'오라클DB앳 AWS' 출시도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엑스포에 'OCW 2024' 참관을 위한 인파가 운집하고 있다. 팽동현 기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겸 CTO

아무리 거대한 기업도 혼자 힘만으론 속도와 양에서 따라가기 버거운 인공지능(AI) 빅뱅. IT산업의 거대 공룡들도 전통적인 피아 구분을 버리고 외부 협력과 동맹을 확장하는 데 목숨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DB) 시장 강자 오라클이다.

산업현장의 대형 IT시스템 구동에 필수적인 관계형 DB 영역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지켜온 오라클은 클라우드의 부상으로 한때 흔들리는 듯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같은 거대 클라우드 기업들이 오라클만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DB 시장에서 대체 제품들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AWS와 MS, 구글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낼 때 오라클은 DB를 중심으로 기업 자체 서버와 IT시스템을 운영하는 구대륙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그러나 ICT 산업의 거대한 파도를 수십년간 지켜봐온 래리 엘리슨(사진) 오라클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과감하게 클라우드로 모든 사업 무게를 옮기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오라클은 AWS와 MS, 구글보다 클라우드 시장에 늦게 참여했지만 오히려 그게 득이 됐다. 수년간 더 발전한 기술을 채택해 더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성비에서 앞섰기 때문. 디지털전환(DX)을 하든, AI 전환(AX)을 하든 데이터가 연료이자 엔진인데, 이를 꿰뚫고 있는 오라클의 강점도 한 몫 했다.

여기에다 엘리슨 회장은 오랜 앙숙이던 MS와 협력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전통 기업시장에서 강한 두 기업의 클라우드와 솔루션을 고객들이 불편 없이 쓰도록 연결하고, 원할 경우 마치 단일 기업의 상품처럼 구매해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생성형 AI라는 거대한 흐름과 맞물리면서 예상 못한 기회로 이어졌다. MS는 자체 데이터센터로도 소화 못하는 AI 인프라 수요를 오라클과 협업해서 풀고 있다. 오픈AI의 막강한 인프라 수요를 소화하는 데도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가 활용되고 있다.

오라클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AWS와 구글과도 손잡으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데이터와 클라우드를 동시에 가진 오라클의 강점 덕택에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구애가 이어지는 것.

9일(현지시간) 오라클은 AWS와 협력, 오라클 DB를 AWS 클라우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오라클DB 앳 AWS'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올 연말에 프리뷰 버전으로 먼저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오라클은 지난 6월 구글클라우드와 맺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오라클DB 앳 구글클라우드'를 미국 동부와 서부, 영국 남부 및 독일 중부에 위치한 구글클라우드 리전을 통해 서비스 개시했다고 밝혔다.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에 앞서 MS 애저 클라우드를 통해서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위치한 6개 리전에서 '오라클DB 앳 애저'를 제공 중이고 일본, 인도, 브라질,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아랍에미리트 등 15개 리전에서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로써 고객들은 오라클 자율운영DB나 리얼앱클러스터(RAC) 워크로드를 포함한 엑사데이터 등 오라클의 DB 서비스를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의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오라클클라우드인프라(OCI)와 통합된 사용자 경험과 간소화된 DB관리 등을 가능케 하며, 클라우드상 미션크리티컬 워크로드 실행에 있어 레이턴시(지연)와 안전성 및 보안성 등에 대한 고민도 덜어준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는 오라클 DB 기술과 OCI 경쟁력을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인정해 손을 내민 결과로 풀이된다. AI 역량이 데이터에 좌우되면서 엔터프라이즈IT의 핵심 데이터를 다루는 오라클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는 것. 오라클 DB와 AWS 분석 서비스 간 '제로 ETL(추출·변환·적재)' 제공, 이기종 데이터 통합을 위한 'OCI 골든게이트' 관리형 서비스의 MS 애저 지원, 오라클DB와 구글 빅쿼리 및 제미나이 모델을 포함한 버텍스AI 등과의 통합이 이뤄진다.

이 같은 오라클의 상승세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오라클은 실적발표를 통해 회사 회계연도 2025년도 1분기(6~8월)에 매출 133억달러(약 17조8486억원), 영업이익 40억달러(약 5조3680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7%, 21% 증가한 수치다. 주당순이익(EPS)도 1.39달러로 시장전망치(1.33달러)를 상회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1% 늘었고, 이 중 서비스형 인프라(IaaS) 매출의 경우 45% 급증했다. 시장 흐름에 맞춰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계속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클라우드와 AI 분야 모두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AWS, MS, 구글클라우드 3사와의 파트너십 강화는 오라클의 입지를 다지면서 이런 행보를 가속하는 촉매가 될 전망이다. 10일 개막한 오라클 연례행사 '오라클클라우드월드(OCW) 2024'에선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등 각 파트너십에 대한 상세내용과 청사진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될 전망이다.

엘리슨 회장은 "멀티클라우드를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를 충족하고 고객이 원하는 선택권과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해 AWS 서비스와 오라클 DB 기술을 원활하게 연결하고 있다"며 "AWS 데이터센터 내부에 구축된 OCI를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DB 및 네트워크 성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오라클 주식은 장외 거래에서 9%가량 상승했다. 회사는 분기 자본지출(CAPEX)이 23억달러(약 3조원)이며, AI서버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짓고 있다고 콘퍼런스콜을 통해 설명했다. 엘리슨 회장은 "오라클은 전 세계에 162개의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이라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 글·사진=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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