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24시 동물병원’ 안 가려면…‘집사’가 유의할 4가지
말 못하는 작은 가족 반려동물, 어떻게 하면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내 여러 동물병원에서 멍냥이를 만나온 권혁호 수의사에게 반려동물의 건강, 생활, 영양에 대해 묻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권혁호 수의사의 반려랩과 댕기자의 애피랩이 번갈아 연재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Q. 최대 5일 연휴!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족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 멍냥이들도 덩달아 어수선해지더라고요. 명절에 반려동물을 돌볼 때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A.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명절엔 오랜만에 보는 가족이나 어린이, 멍냥이들로서는 낯선 사람들도 맞이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평상시보다 스트레스나 흥분도가 높아질 수 있고, 사건·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여러 상황 가운데서도 우리가 가장 주의할 것은 바로 ‘반려동물 먹거리’ 입니다.
명절에는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다양한 음식을 마련하게 되잖아요. 송편을 빚고, 전도 부칩니다. 달달한 소갈비찜이나 잡채를 만들기도 하고요. 햇과일도 빠질 수 없겠죠. 가족들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음식을 만들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채우게 되면 강아지와 고양이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옆으로 다가와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며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하고, 만든 음식을 한 입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요.
그러면 저희 집사들은 또 어쩔 수 없이 음식을 조금 떼어주게 되는데요, 그런 탓일까요. 추석 기간에는 동물병원도 평상시보다 더 바빠집니다. 반려동물이 추석 음식을 먹고 탈이 나거나 질병에 걸려서 내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나 구토 같은 소화기 이상 증세예요. 이런 증상들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단순한 증상을 넘어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유의가 필요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①췌장염입니다. 췌장은 음식물 소화와 영양소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개의 경우, 평소 먹는 사료보다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갑자기 먹게 되면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어요. 예컨대, 기름에 조리한 전이나 튀김, 소갈비 혹은 고기 산적과 같이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들을 먹었을 때 위험할 수 있죠. 갑자기 나타나는 급성췌장염은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동물병원에 입원한 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해요. 또 치료를 잘 받아서 회복하더라도 만성췌장염으로 발전해 평생 식단관리를 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심해야 합니다.
췌장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들을 준비합니다. 이 가운데 지방은 1g당 9㎉로 단백질과 탄수화물(각각 1g당 4㎉)보다 높은 열량을 가지고 있어요. 게다가 지방은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다른 영양소들보다 분해와 소화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장을 통과하는 시간도 길어져 췌장에 무리가 가게 되는 겁니다. 추석뿐 아니라 평소에도 삼겹살, 햄과 같이 기름진 고기를 개들에게 함부로 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잡식동물인 개와 달리 완전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기름진 음식과 췌장염의 연관 관계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명절이라고 해서 갑자기 새로운 음식이나 간식을 주게 되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몸은 평소 먹는 음식의 영양 구성을 기억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데 갑자기 색다른 음식이 소화기에 들어오게 되면 소화 효소 분비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②과일 씨앗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반려동물들이 씨앗을 통째로 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문제는 씨앗은 위에서 소화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구토를 통해 씨앗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소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장폐색이라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장폐색이란 장, 특히 소장이 막혀서 음식물이나 소화액, 가스 등 장기 내부를 통과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입니다. 씨앗은 장의 구부러지고 좁은 부분에 박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동물이 씨앗을 삼켰다면 신속하게 동물병원에 방문해서 영상진단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을 권유 드려요.
또 ③송편을 먹거나 고기가 붙은 뼈를 먹다가 질식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음식물을 씹기보다 꿀꺽 삼켜서 섭취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거든요. 그래서 음식이나 뼈를 종종 덩어리째 삼키는데요, 이로 인해 목구멍이 막혀 질식이 일어나게 되는 겁니다. 운 좋게 식도를 통과하더라도 위로 넘어가면 앞서 말씀드린 장폐색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 ‘반려견 하임리히법’(Heimlich Maneuver)을 미리 익혀두시는 것도 좋겠어요. 반려동물 하임리히법은 반려동물이 삼킨 음식이나 이물질이 식도에 걸렸을 때 취할 수 있는 응급처치거든요. 위 그림처럼 네 가지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는데요, 먼저 동물의 뒷발을 들어서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손수레 자세’(A)를 만들어 이물질을 꺼내는 방법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물질이라면 반려동물의 턱을 들어올리 채 손가락을 옆으로 쓸면서 제거(B)해주셔도 됩니다. 다만 이때 반려동물은 숨을 쉴 수 없어 괴로운 상태이기 때문에 물림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요.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람에게 행하는 하임리히법처럼 주먹을 쥐고 반려동물의 복부를 순간적으로 압박(C)하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또 이렇게 개의 양어깨 사이를 손바닥으로 강하고 빠르게 때려서(D) 목에 걸린 이물질을 뺄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동작은 없습니다만, 긴급한 상황에서 하임리히법을 하려면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니 평소에 해당 동작들을 연습하거나 숙지해두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외에도 추석이 아니더라도 늘 조심해야 할 먹거리들이 있죠. 명절에는 평소보다 바쁘고 어수선하기 때문에 ④포도, 양파, 초콜릿, 카페인, 견과류 등 반려동물이 먹으면 문제가 되는 음식들은 미리미리 치워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쪼록 우리 멍냥이들도 간만에 집사와 긴 연휴를 함께 보낼 기회이니, 아픈 동물 없이 무탈하고 행복한 명절이 되시길 빌겠습니다.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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