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혐오? 역사의식?…中 관광지서 "일본인 치워라"
'애국주의'에 호소해 조회수 높이려다 오히려 역풍 맞아
최근 외국인 대상 범죄 잇따르며 중국 당국 수습에 진땀
중국의 한 인플루언서(왕훙)가 베이징의 유명 관광지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거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렇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당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일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등에는 중국 베이징의 유명 관광지로 청나라때 황실 정원인 원명원에서 한 인플루언서가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시비를 거는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이 영상을 처음 올린이는 3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아인'(亞人)으로 해당 영상은 지난 7일 촬영된 영상으로 알려졌다.
원명원을 거닐던 아인은 일본인 여행 가이드가 사진 촬영을 위해 좀 비켜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면서 이 가이드와 일본인 관광객 2명에게 시비를 건다.
그는 이들 관광객이 일본인 인지를 집요하게 확인한 뒤 "나보고 일본인을 위해 비켜달라고 하는 거냐"면서 화를 낸다. 또, 가이드가 "부탁도 못 하냐"고 되묻자 "여기 원명원에서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일본인 관광객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항의했지만 아인은 끝까지 이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시비를 걸었고 이에 관리사무소 직원까지 현장에 나타났다.
그런데 관리소 직원은 한술 더 떠 "(일본인은) 못 들어온다. 일본인들 증오한다. 그놈들 치워버리는 거 나도 찬성한다"며 오히려 아인의 편을 들었다.
아인이 일본인 관광객을 괴롭히고 영상까지 올린 것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애국주의'에 호소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19세기 서구 열강의 청나라 침략 시기 프랑스와 영국 연합군은 베이징까지 쳐들어와 황제의 정원인 이곳 원명원을 파괴했고, 현재도 당시 파괴된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당시 일본도 서구 열강과 함께 중국을 침략한 8개 연합국에 속해있었다는 점에서 아픈 침략의 역사를 간직한 원명원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에게 노골적으로 적대심을 드러낸 것.
하지만 아인의 의도와 다르게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애국심'을 조장하면서 관광객을 괴롭히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그를 비판했다.
게다가 '아인'이라는 아이디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따온 이름이고, 그가 미국 유학 중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역풍을 맞았다. 이후 아인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영상들을 모두 삭제했다.
이같은 소식을 전한 관영매체 환구인물 "맹목적인 외국인 혐오는 민족적 대의가 아니며 아인은 아무도 자신을 응원하지 않을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9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오자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는 특정 국가에 대해 차별적인 관행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최근 중국에서는 외국인을 상대로한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25일에는 중국 동부 장쑤성 쑤저우에서 일본인학교 스쿨버스를 대상으로 흉기 피습 사건이 발생해 일본인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같은달 10일에는 중국 동북부 지린시 소재 베이산 공원에서 중국을 방문 중이던 미국인 대학강사 4명이 한 중국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외국인을 상대로한 이런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중국 당국은 외국인 혐오 범죄가 아닌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중국 SNS에서는 가해자를 '애국자'라고 두둔하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외국인 투자와 관관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 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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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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