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안세영이 웃었다', 문체부 "非국대 출전제한 폐지 권고"... 김택규 협회장 횡령·배임 가능성도 커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 선수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협회의 의무 규정을 즉각 폐지하도록 권고했다고 뉴시스와 뉴스1이 전했다.
지난달 5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안세영은 시상식 직후부터 협회와 대표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핵심은 부상 관리 소홀, 소통 부재,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것 등이었다.
협회를 향한 여론이 들끓었고 문체부는 물론이고 대통령실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하며 진상 조사가 시작됐다.
지난달 22일 2024 파리 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안세영 등의 노고를 치하하며 "젊은 선수들이 더 좋은 여건에서 마음껏 훈련하며 기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낡은 관행을 과감히 혁신해 자유롭고 공정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배드민턴협회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후 문체부 주도로 제도 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 협회 운영 실태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이날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가장 관심을 모은 대표팀 운영 지침에 대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협회는 대표팀 생활에서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이라는 임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 국장은 이에 대해 "故 최숙현 선수 사건 후 체육계에서 '복종 강요'가 공식 폐지됐음에도 잔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이에 즉각 폐지를 권고한다. 만약 문체부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시 교부금 배부의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해외 사례를 봐도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 사용을 강제하지 않는다. 특히 선수단 모두가 라켓, 신발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사용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선수의 결정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개선을 위해 협회 후원사와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그동안 막혀 있었던 개인 자격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는 길도 열릴 가능성도 커졌다. 그동안은 국가대표 활동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연령(남 28세, 여 27세) 이상인 경우에만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는데 선수들의 의사에 따라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즉, 안세영이 대표팀 내에서 함께 생활하지 않고도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김택규 협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로 드러난 부분이 많았다. 문체부에 따르면 협회는 2023과 2024년 각각 8억원 가량의 후원사 셔틀콕을 구입하면서 1억 5000만원 상당의 셔틀콕을 후원 물품으로 추가로 받았는데 명확한 기준 없이 시도별 협회로 배분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국장은 "기존 용품 구매 외에 추가로 후원 물품을 더 받은 것 자체는 잘한 일로도 볼 수 있으나 그 물품을 정부 승인 없이 임의로 사용한 것은 문제가 된다"며 "협회에서 소명하더라도 위법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김택규 회장의 횡령·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머지않아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 국장은 "조사의 본질은 선수와 지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세영 등 선수들이 10월 전국체전에 마음 편히 뛸 수 있도록 늦어도 9월 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중간발표 내용에서 약간 달라지는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틀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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