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K, '불타지 않는 ESS' 개발 성공…"10조 시장 진출"
리튬이온배터리에 냉각 플루이드…"화재 원천 차단"
냉각 플루이드로 내부 채워…냉각 차별화로 안전성 ↑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원형 셀에 엄청난 전류로 과충전을 해 화재를 내보겠습니다. 연속적으로 강한 조건을 실험을 했는데도 중간에 있는 셀(Cell)이 멀쩡합니다. 이를 통과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에 없습니다."
손승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시스템센터장은 10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열린 '액침냉각 ESS 설명회'에서 자사의 액침형 배터리 팩·시스템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가 함께 개발한 액침냉각 ESS는 리튬이온배터리 모듈에 냉각 플루이드를 채워 화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해양수산부 산하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전기추진선박에 공급해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양사의 협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액침 냉각 ESS를 제작하면, SK엔무브가 액침 냉각용 절연액을 공급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이렇게 제작된 액침냉각 ESS는 ▲냉각 차별화 ▲열폭주 방지 ▲성능저하 예방 등에서 특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냉각 차별화를 통해 배터리모듈 내 절연액을 채워 셀 하나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내부에서 차단돼 다른 셀에게 영향을 주지 않아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열폭주도 폭발방지, 산소차단에 따른 질식소화, 불완전연소 유도 등으로 방지해 안전성을 높였다.
아울러 습도·이물유입·염분 침투를 차단해 절연성능 저하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ESS 온도를 낮추기 위한 기존 공랭, 수냉식 방식과 달리 냉각 플루이드로 내부를 채운 덕분에 외부 먼지와 염분 등의 유입을 차단하고, 내부 손상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앴다.
이날 발표에 나선 손 센터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회사지만 배터리 팩을 개발한 지 이제 8년째"라며 "안전성 측면에서 전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6년 차세대 잠수함인 3000톤급 '장보고-III 배치-II'에 탑재되는 배터리 팩 개발을 시작했다. 2022년 개발을 완료한 뒤 현재 1번함, 2번함 양산 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 2021년부터는 민수 선박에 탑재되는 배터리 팩 개발을 함께 시작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존 방식보다 우수한 안전성을 입증해 주요 모델이 글로벌 인증 기관인 노르셰베리타스(DNV), 한국선급(KR)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SK엔무브는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MOU(업무협약)을 맺고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SK엔무브는 액침냉각 기술의 핵심소재인 냉각 플루이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플루이드는 액체와 기체의 중간 성질을 지닌 물질로 모듈 내부에서 전기가 통하지 않게 하고,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 최초로 이 분야에 진출한 SK엔무브는 2022년부터는 육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향후 화재에 취약한 데이터센터나 전기차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육상용 ESS 액침 냉각 시스템은 내년 초 미국의 유효 인증을 취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표에서 서상혁 SK엔무브 e-플루이드 B2B 사업실장은 "SK엔무브의 세계적인 고급기유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첨가제를 활용해 화재 예방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번 협업을 바탕으로 친환경 ESS 선박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용 ESS 시장은 2021년 약 21억달러(약 3조원)에서 2030년 약 76억달러(약 10조원)로 성장이 예고돼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현재 ESS 화재가 굉장히 큰 사회적 이슈인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기업이 함께 협력해 개발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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