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릴 준비 마친 신진서 “이번 슬럼프는 빠르게 극복, 아직 중요한 시험대들 남았다”
조금 주춤하긴 해도, 여전히 한국 바둑은 신진서 9단이 ‘독야청청’ 최강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2012년 입단해 올해도 어느덧 12년차.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또 이루어 가는 중인 신진서는 요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신진서는 1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에는 영광스러운 일이 많아서 축하도 많이 받았는데, 그 이후에는 아쉬운 순간들이 많았다”며 “이제 다시 정신을 차렸고, 작년에 큰 아픔이었던 란커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래도 아직 중요한 시험대들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신진서가 지난 8월 열린 제2회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에서 중국의 구쯔하오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신진서는 지난해 열린 초대 대회에서도 결승에 올라 구쯔하오를 상대했으나 충격의 역전패를 당해 그 후유증이 꽤 오래갔는데, 이번 우승으로 그 아쉬움을 한 번에 씻어냈다.
원래는 우승 후 바로 열렸어야 했던 기자회견이었으나, 란커배 이후에도 일정들이 빡빡했던 터라 결국 9월 들어서야 열리게 됐다. 힘든 일정이지만, 그럼에도 신진서는 여전히 우승에 목마르다. 그는 “올해 남은 대회 가운데에서는 그래도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 번 우승하긴 했지만 운이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일류 기사한테는 운보다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다짐했다.
올해 신진서는 28회 LG배 우승과 농심신라면배에서 사상 초유의 ‘끝내기 6연승’을 기록하는 등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이어진 29회 LG배 본선 16강에서 탈락했고, 또 다른 세계대회인 춘란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모두가 신진서의 슬럼프를 우려했지만, 신진서는 보기좋게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에 우뚝 섰다. 신진서는 “2016년부터 2~3년간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다. 그때는 나이도 어린데다 생각도 부족했기에 너무 힘든 시기였다”며 “예전의 많은 실패를 통해 지금은 나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슬럼프는 비교적 쉽게 극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진서는 올해 또 다른 기록에 도전한다. 연간 최다상금이다. 현재 13억4069만8200원을 벌어들인 신진서는 남은 대회 결과에 따라 지난해 자신이 세운 연간 최다상금 기록(14억7961만7514원)은 물론이고 사상 최초의 연간 15억원에도 도전한다. 삼성화재배, 명인전,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중국 갑조리그 등이 남아있어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경신이 가능하다.
신진서는 “어릴 때는 상금은 보지 않고 오로지 대국만 봤는데, 20대가 되고 나서는 상금도 이따금 검색해본다”며 멋쩍게 웃은 뒤 “상금은 결국 따라오는 것이다. 상금이 다른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많은 상금을 받을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며 기록 경신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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