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화재 참사' 리튬전지 관리 강화한다…소화기 개발은 '요원'

강지은 기자 2024. 9. 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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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등 관계부처 '전지공장 화재 재발방지 대책' 발표
'사각지대' 리튬 전지, 특수가연물 지정…관리 기준 강화
샌드위치패널, 신축 건축물부터 불연재료만 사용하도록
리튬전지 화재 효과적 소화기 개발…상당한 시간 걸릴듯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6월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6.25.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지은 기자 = 작업자 23명이 숨지는 등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전지 공장 화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리튬 전지와 공장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에 나선다.

리튬 전지 화재에 효과적인 소화기 개발도 추진한다. 다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관련 약제가 없는 만큼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0일 행정안전부, 소방청, 고용노동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전지 공장화재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6월24일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를 계기로 전지 제품 관리 기준 부재, 사업장 안전관리 미흡 등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화학물질 특성에 맞는 소방기술 개발과 화재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전지 안전관리 실태 점검을 통해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수립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화재 위험성이 높은 리튬 전지와 공장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한다.

리튬 전지의 원재료인 리튬은 금수성(물과 접촉하면 안 되는 성질) 물질에 해당해 현재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른 '3류 위험물'로 지정·관리되고 있지만, 제품인 리튬 전지는 그간 별다른 관리 기준이 없어왔다.

이에 정부는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리튬 전지 등을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수가연물'로 지정하고, 제품의 적재·보관 등 구체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계와 군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한국산업표준(KS) 기준과 군용 전지에 대한 안전관리 지침도 보완할 계획이다.

전지 공장에 대해서는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 선정 기준을 개선해 화재 위험성이 높은 전지 공장을 최우선으로 지정·관리한다. 이 경우 화재안전시행계획 수립, 화재안전 조사 등 대상에 포함된다.

리튬 등 위험물 저장·시설의 내화구조 성능기준 강화 방안도 마련한다.

화재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샌드위치패널 등 외벽 마감 재료의 경우 준불연재료까지 허용한 것을 모두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료만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아리셀 공장의 경우 제일 강한 불연재료 샌드위치패널을 써서 화재 당시 위험 요소는 없었다"면서도 "준불연재료 기준을 불연재료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에 따라 신규 건축물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리튬 등 금수성 물질은 현재 50㎏ 이상 저장·취급하는 시설의 경우 위험물 시설 허가를 받고 보관하도록 돼 있는데, 허가 기준량 미만으로 취급하는 시설에 대해서도 관리 기준을 마련한다.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6월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건물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6.25. photo@newsis.com


화재·폭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리튬 전지와 화재 시 이를 진화할 수 있는 소화약제 등도 개발한다.

우선 발화점이 낮아 화재에 취약한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전지' 기술과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단락을 방지하는 첨가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리튬 등 금수성 물질 화재에 적응성이 높은 소화약제 및 소화기기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리튬 등 반응성이 높은 금속은 물과 만나면 수소가 발생해 폭발한다. 이에 마른 모래나 금속화재(D급) 소화기 등으로 진화해야 한다. 리튬 화재에 적응성 있는 소화기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없는 상태다.

또 리튬 전지의 경우 외부가 단단히 패킹돼 있어 전지 내부에 소화 약제를 직접 분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물을 뿌려 온도는 낮춰서 열폭주를 막거나 덮개를 덮어 확산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소방청은 이와 관련 "2028년까지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리튬 전지 소화 약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 국내외 사례가 없는 만큼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전지 화재 특성을 고려한 근로자 행동 요령을 마련하고, 화재 초기 신속한 대피를 유도하기 위해 피난 안내용 시각 경보기 설치 규정 마련과 화재 대피용 마스크 비치를 권고한다.

또 화재·폭발 우려가 있는 고위험 사업장 중 최근 3년간 점검을 받지 않은 200개소를 우선 점검하고, 화재에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에는 3개월 이내에 안전관리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외국인 등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의무화하고, 소방 당국은 금속화재 표준대응절차(SOP)를 마련해 전지 공장 화재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상민 장관은 "이번에 마련한 대책이 조속히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함께 법과 시행령 개정 등 이행 상황을 철저히 관리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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