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연수생 허벅지 밀친 강사…대법 "강제추행 인정 안돼"

차량 안에서 연수생 허벅지 밀쳐 추행한 혐의
1·2심 벌금형…"성적 자유 침해한 강제추행"
대법원 "추행 의도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운전연수생의 운전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허벅지를 밀친 강사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운전연수 강사로 지난 2021년 7월 피해자 B씨를 지도했다.

A씨는 차량 안에서 B씨의 운전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허벅지를 밀치고, '뒷골이 당긴다. 목을 주물러라'며 피해자의 손을 잡아 자신의 목에 가져가는 등 총 3회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자유를 침해한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은 A씨가 허벅지를 밀친 행위 1건에 대해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나머지 2건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했다. 원심이 3건의 강제추행에 대해 하나의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피고인이 주먹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허벅지를 1회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때렸다고 하면서, 그 이유에 관해 운전 연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시대로 운전을 하지 못했을 때 피고인이 화가 나서 때린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비슷한 시기에 피고인으로부터 운전 연수를 받은 바 있는 C씨는 1심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운전 연수를 받는 도중에 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 발생하면, 조수석에 앉은 피고인이 자신의 팔뚝이나 다리를 툭 치면서 주의를 주기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그 무렵 운전 연수를 받던 피해자나 제3자에 대해 보인 동일한 행위 태양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주먹으로 피해자의 허벅지 부위를 밀친 행위에 대해 피고인의 폭행 가능성 내지 폭행의 고의를 배제한 채 곧바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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