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례식장 빈소에 장애인 접근 편의시설 설치해야”

지난 8월27일 서울시내 한 공공병원에서 내원객이 휠체어에 앉아 이동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정효진 기자

장례식장 빈소에 장애인 접근을 위한 편의시설이 의무적으로 설치될 수 있도록 법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빈소에 장애인 접근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장애인 등 편의법’에 세부 기준을 마련할 것을 지난 5월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고 10일 알렸다.

중증 지체장애인 A씨는 지난해 9월 한 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했으나, 분향실과 접객실 바닥 높이 차이 때문에 전동 휠체어로 진입할 수 없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장례식장의 모든 분향실과 접객실 입구 바닥은 약 9㎝의 단차가 있었다. 병원 측은 “장례식장 내 이동식 경사로와 실내용 휠체어를 비치하고, 요청시 빈소 입구에 이동식 경사로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이 장례식장이 이동식 경사로 및 실내용 휠체어를 비치한 점을 고려해 “현재 시점에서 별도의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진정 자체는 기각했다.

다만 보건복지부에는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에 장례식장의 내부시설인 빈소와 관련한 세부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인권위는 “장례식장 주출입구·접근로 등에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더라도 빈소 입구 바닥의 높이 차이로 정작 빈소 내부로 출입할 수 없다면, 이는 조문 과정에서 장애인을 소외시키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조문객은 사전에 편의시설이 갖춰진 장례식장을 선택할 수 없기에 이러한 피해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현행 시행령은) 장례식장 이용의 실질적 목적인 빈소의 접근과 이용에 있어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유사 사건이 재발하고 있고, 지속적인 차별이 예상되는 점에서 세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 이유를 들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