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등 기소 목적으로 '교사 불법구금'…진화위, 기사연 사건 진실규명

불법구금 중 진술 강요 받으며 구타·성폭행 위협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고(故) 리영희 교수와 고 강만길 교수 등을 재판에 넘길 목적으로 이들의 강의를 들었던 중고교 교사들을 수사기관이 가혹행위 한 사건에 대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인권침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열린 제86차 전체위원회에서 노모씨 등 9명이 신청한 '경찰의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수사기관의 불법 연행과 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앞서 노씨 등 9명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사건과 관련해 1983년 12월께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고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구금된 상태에서 성폭행 위협, 구타,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기사연 사건은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이 기사연 원장이었던 조승현 목사와 고 리영희 교수, 고 강만길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84년 1월 기소하고 같은 해 2월 공소보류로 석방한 사건이다.

조 목사는 1983년 노씨 등 9명 중고교 교사들로 '교과서 분석팀'을 구성해 정부의 통일 정책이 제시된 국정교과서를 비판 분석하는 논문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로, 리 전 교수와 강 전 교수는 조 목사의 부탁을 받아 교사들에게 해방전후사, 남북한 통일정책, 경제문제 등을 강의했다는 혐의로 당시 구속됐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의 판결문, 수사공판기록, 국군방첩사령부 수사기록, 행형기록 등을 조사하고 피해자·당시 보안부대 수사관 등을 조사해,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이 조 목사와 리 교수, 강 교수를 강제연행하기 이전, 교사 9명을 강제 연행해 최소 8일에서 14일간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불법구금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사들은 불법구금돼 진술을 강요받으며 구타와 잠 안 재우기, 성폭행 위협 등을 당한 것으로 파악했다.

피해자들은 진실화해위에 "체격이 큰 경찰관이 와서 무조건 팼다. 자술서를 읽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팼다. 항상 옆방에서 비명 소리를 들었다" "(경찰이) 밀실에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폭행 사례가 있다는 것을 들먹이며 위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화해위는 1975년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에 연행돼 30여일간 불법구금·가혹행위를 당한 '재일동포 이수희 인권침해 사건'과 1987년 3월 '녹두서평'에 연작시 '한라산'을 게재했다가 같은 해 11월 경찰에 의해 연행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이산하(본명 이상백)씨가 신청한 '국가보안법 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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