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연수 중 허벅지 ‘퍽’… 대법 “폭행일 수도, 추행 처벌 안 돼”

방극렬 기자 2024. 9.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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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스1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있었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이 불명확해 폭행인지 성추행인지 불명확하다면, 성범죄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운전강사 A(51)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7월 초보 여성 운전자 B(31)씨에게 운전 연수를 하던 도중 세 차례 강제추행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의 운전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허벅지를 밀치거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을 잡고, B씨의 손을 자신의 목덜미로 가져다 대 주무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과 2심은 세 번의 강제추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해 7월 25일 A씨가 B씨의 허벅지를 밀쳐 성추행했다는 첫 번째 혐의에 대해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무죄로 판단했다.

첫 사건이 뒤집힌 가장 큰 이유는 피해자 B씨의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B씨는 수사 과정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2차선으로 가야 하는데 1차선으로 간다든지 하면, A씨가 화가 나서 허벅지를 때렸다” “자기 화에 못 이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재판에서도 검사가 “A씨가 주먹으로 허벅지 윗부분을 밀치듯 만진 사실이 있냐”고 묻자, B씨는 “만진 게 아니라 가격을 했다”고 답변했다.

이 밖에 A씨에게 운전 연수를 받은 다른 수강생들도 “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할 때면 툭 치면서 주의를 줬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다른 운전 강습을 할 때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A씨의 폭행 가능성이나 폭행 고의를 배제한 채 바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강제추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A씨가 저지른 나머지 2건의 추행은 유죄로 인정됐지만, 첫 번째 추행이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파기환송심에서 양형을 다시 심리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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