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유불급’ 인 이사의 충실의무

2024. 9. 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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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대기업의 물적 분할이나 합병 등 조직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사업 목적을 위한 것일지언정 소액주주의 이익을 탐하거나 훼손하는 것은 법의 허용 한도를 넘어선 것이며,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

이사가 주주에게 직접 충실의무와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획기적인 입법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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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대기업의 물적 분할이나 합병 등 조직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사업 목적을 위한 것일지언정 소액주주의 이익을 탐하거나 훼손하는 것은 법의 허용 한도를 넘어선 것이며,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각에서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면서 상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개정 방향은 이사가 회사로부터 경영을 위임받아 선량한 관리자로서 회사이익을 우선하여 업무집행을 담당함으로써 주주의 이익도 보호할 수 있다는 현행 상법의 기본 법리를 넘어선다. 이사가 주주에게 직접 충실의무와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획기적인 입법 방식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지, 더 큰 부작용은 없는지 좀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행 상법과 민법은 악의나 중과실로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이사에게 직간접 책임을 지우도록 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통해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있다. 이미 상법과 공정거래법, 형법 등에서도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경우 다양한 제재조항과 형사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소액주주를 위한 각종 보호조치가 자본시장법에 도입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굳이 모든 주주에 직접 충실의무를 지도록 한다면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할 이사는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사가 회사의 수임인으로서 일차적으로 추구해야 할 회사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항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이익도 장기이익과 단기이익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주주라 하더라도 중·장기 투자나 신기술 개발을 통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선호하는 대주주와 주가의 단기차익 실현을 목표로 하는 소액주주는 투자목적이나 이해관계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더구나 오늘날 점차 복잡 다기화되는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영판단을 해야 할 이사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총주주의 이익이나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관철하는 것이 실제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법률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제거하는 일종의 수술 도구이다. 명의일수록 암 치료를 위해 암 덩어리를 최소한으로 제거하고 정상 세포나 혈관, 신경조직이 손상되지 않도록 능숙하게 수술한다. 입법자의 지혜와 능력에 따라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제대로 제거할 수도 있고, 오히려 과잉 입법으로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기업조직의 재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절차 미비와 불공정성을 제대로 개선하기보다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라는 생소한 의무를 부과하여 경영진 이사를 포괄적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대부분 이사에게 자기방어적 기제를 작동시켜 기업가정신을 쇠퇴시키기에 충분하다.

상법이 ‘살아 있는 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법리적으로뿐만 아니라 기업 환경과 경제 현실을 입법에 올바르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검토가 선행되지 않고, 명분과 법리만을 앞세운다면 법과 현실의 괴리(乖離)가 발생하여 기업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균형적 사고와 입체적 시각에서 다양한 이익과 가치가 존중되고, 조화롭게 이루어지도록 입법자의 지혜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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