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협회장, 억대 후원용품 유용 의혹…선수에 후원금 배분 규정은 없애”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2024. 9. 10. 11:50
문체부, 안세영 제기 의혹 확인
非국대 대회 출전 제한 폐지 권고
非국대 대회 출전 제한 폐지 권고
정부가 배드민턴 비(非)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규정에 대해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면 폐지를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2024 파리올림픽 이후 안세영(22)이 협회와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을 향해 제기한 문제에 공감하며 해결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 실시한 대한배드민턴협회 점검 상황도 발표했다.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협회 사무 검사 및 보조금 점검 상황 중간발표를 했다.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협회 사무 검사 및 보조금 점검 상황 중간발표를 했다.
문체부는 “올림픽 당시 안세영의 인터뷰를 계기로 체육계의 낡은 관행이 사회적 이슈가 됐고 올림픽 직후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며 “총 22명의 국가대표 선수 의견을 청취했다. 부상 관리, 후원용품 사용 범위, 선수천 생활 개선, 국제대회 출전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월 5일 안세영은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한 직후 “앞으로 대표팀과는 같이 가기 힘들 것 같다”며 대표팀 이탈 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무릎 부상을 두고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게 그 이유였다. 이후 협회의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 후원사 용품 사용 강제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 “‘비국대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 폐지 권고”
현재 배드민턴협회는 비국가대표 선수의 세계배드민턴연맹승인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 제도가 “선수들의 직업 행사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며 “폐지하도록 (배드민턴협회에)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협회와 실업배드민연맹과의 계약 과정에서 학력에 따른 연봉 차별, 지나치게 긴 기간(고졸 7년, 대졸 5년), 군 복무 기간 미산입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실업연맹이 있는 21개 종목 중 20개 종목은 이런 규제가 없다.
더불어 문체부는 협회의 자격정지 권한 등을 언급하며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체육계에서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음에도 잔존하고 있는 부당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현재 협회는 국가대표 선수에게 촌 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의 복종을 요구하고 협회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 자격정지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 “후원사 용품만 사용 강제…보너스도 협회가 수령”
문체부는 “후원용품의 계약 방식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며 제도에 관해 지적했다.
협회는 선수들에게 유니폼뿐만이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의 용품만을 일괄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문체부는 이에 대해 “저희가 인터뷰한 국가대표 선수단 대부분이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쓰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후원사 후원금 배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도 드러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과거에는 배드민턴협회가 받은 후원사 후원금의 20% 약 72만 불(약 9억6768만 원)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배분됐는데, 배드민턴협회는 지난 2021년 6월 이 배분 조항을 삭제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 의견은 청취되지 않았다.
또 과거에는 대부분과 별도로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후원사로부터 직접 개인 보너스를 받았으나 현재는 그 보너스를 협회가 일괄 수령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 사항 역시 전혀 알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문체부는 “협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하겠다”며 “협회의 전체적인 상금 지원체계 확인, 다른 종목과의 비교 등을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국대 선수 선발 방식에 문제…경기력 측정도 운 작용”
문체부는 협회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 방식의 공정성에 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협회는 배드민턴 단식은 선수의 경기력을 100%로 선발한다. 하지만 복식에서는 경기력 70%, 평가위원회의 주관적 평가 점수가 30% 들어간다. 당초 50% 수준이었으나 2021년 공정성 논란으로 10%로 축소됐다가 금년 2월 다시 30%로 확대됐다.
국내의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44개 종목에서 국가대표 선발 사례와 해외 선발 사례를 살펴봐도 객관적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주관적 평가는 가급적 배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추첨으로 파트너와 상대팀을 정하는 경기력 측정 방식 역시 실력보다 운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 이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단 청소년 후보 선수, 지도자, 전문가와 관계 기관과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가장 공정한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협회장, 배임 및 횡령 가능성 있어”
문체부가 배드민턴 협회에 대해 보조 사업 수행 점검을 실시한 결과, 배드민턴협회장의 배임 및 횡령 가능성이 발견됐다.
2023년에는 배드민턴협회장과 협회 내 공모 사업 추진위원장이 주도해 대외 물품을 후원사에서 수의계약 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추가로 후원사로부터 물품을 받는 1억5000만 원 상당의 구두계약을 체결했다. 후원 물품은 지역 배드민턴협회로 이미 배분됐고, 이 중 약 3분의 1이 협회장과 동위원장의 지역으로 배분됐다.
2024년에는 협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1억4000만 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받는 서면 계약이 체결됐다. 이 물품은 협회 임의로 배부되거나 보조 사업 목적과 관련이 없는 대의원총회 기념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문체부는 2024년 후원금 실지급액 및 지역별 배분 규모를 파악 중이며 지역에 배분된 용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배드민턴협회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감독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체육회에도 지역 배분 물품의 조사 협조 요청도 한 상황이다.
문체부는 “협회는 현재까지 파악된 사항만으로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고, 횡령 및 배임의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협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가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 운영 정황과 국가대표 후원 물푸의 관리 부실, 목적 외 사용 정황도 발견됐다. 문체부는 “문체부는 이번 조사를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협회가 선수와 지도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오는 9월 말 조사 결과를 종합해 최종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앞서 지난 8월 5일 안세영은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한 직후 “앞으로 대표팀과는 같이 가기 힘들 것 같다”며 대표팀 이탈 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무릎 부상을 두고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게 그 이유였다. 이후 협회의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 후원사 용품 사용 강제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 “‘비국대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 폐지 권고”
현재 배드민턴협회는 비국가대표 선수의 세계배드민턴연맹승인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 제도가 “선수들의 직업 행사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며 “폐지하도록 (배드민턴협회에)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협회와 실업배드민연맹과의 계약 과정에서 학력에 따른 연봉 차별, 지나치게 긴 기간(고졸 7년, 대졸 5년), 군 복무 기간 미산입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실업연맹이 있는 21개 종목 중 20개 종목은 이런 규제가 없다.
더불어 문체부는 협회의 자격정지 권한 등을 언급하며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체육계에서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음에도 잔존하고 있는 부당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현재 협회는 국가대표 선수에게 촌 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의 복종을 요구하고 협회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 자격정지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 “후원사 용품만 사용 강제…보너스도 협회가 수령”
문체부는 “후원용품의 계약 방식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며 제도에 관해 지적했다.
협회는 선수들에게 유니폼뿐만이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의 용품만을 일괄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문체부는 이에 대해 “저희가 인터뷰한 국가대표 선수단 대부분이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쓰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후원사 후원금 배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도 드러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과거에는 배드민턴협회가 받은 후원사 후원금의 20% 약 72만 불(약 9억6768만 원)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배분됐는데, 배드민턴협회는 지난 2021년 6월 이 배분 조항을 삭제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 의견은 청취되지 않았다.
또 과거에는 대부분과 별도로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후원사로부터 직접 개인 보너스를 받았으나 현재는 그 보너스를 협회가 일괄 수령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 사항 역시 전혀 알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문체부는 “협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하겠다”며 “협회의 전체적인 상금 지원체계 확인, 다른 종목과의 비교 등을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국대 선수 선발 방식에 문제…경기력 측정도 운 작용”
문체부는 협회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 방식의 공정성에 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협회는 배드민턴 단식은 선수의 경기력을 100%로 선발한다. 하지만 복식에서는 경기력 70%, 평가위원회의 주관적 평가 점수가 30% 들어간다. 당초 50% 수준이었으나 2021년 공정성 논란으로 10%로 축소됐다가 금년 2월 다시 30%로 확대됐다.
국내의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44개 종목에서 국가대표 선발 사례와 해외 선발 사례를 살펴봐도 객관적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주관적 평가는 가급적 배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추첨으로 파트너와 상대팀을 정하는 경기력 측정 방식 역시 실력보다 운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 이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단 청소년 후보 선수, 지도자, 전문가와 관계 기관과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가장 공정한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협회장, 배임 및 횡령 가능성 있어”
문체부가 배드민턴 협회에 대해 보조 사업 수행 점검을 실시한 결과, 배드민턴협회장의 배임 및 횡령 가능성이 발견됐다.
2023년에는 배드민턴협회장과 협회 내 공모 사업 추진위원장이 주도해 대외 물품을 후원사에서 수의계약 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추가로 후원사로부터 물품을 받는 1억5000만 원 상당의 구두계약을 체결했다. 후원 물품은 지역 배드민턴협회로 이미 배분됐고, 이 중 약 3분의 1이 협회장과 동위원장의 지역으로 배분됐다.
2024년에는 협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1억4000만 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받는 서면 계약이 체결됐다. 이 물품은 협회 임의로 배부되거나 보조 사업 목적과 관련이 없는 대의원총회 기념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문체부는 2024년 후원금 실지급액 및 지역별 배분 규모를 파악 중이며 지역에 배분된 용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배드민턴협회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감독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체육회에도 지역 배분 물품의 조사 협조 요청도 한 상황이다.
문체부는 “협회는 현재까지 파악된 사항만으로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고, 횡령 및 배임의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협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가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 운영 정황과 국가대표 후원 물푸의 관리 부실, 목적 외 사용 정황도 발견됐다. 문체부는 “문체부는 이번 조사를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협회가 선수와 지도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오는 9월 말 조사 결과를 종합해 최종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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