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AI, 中엔 배터리 밀려… EU ‘도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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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 등으로 급변하는 경제·통상 환경에서 도태 조짐을 보이는 유럽연합(EU)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9일 드라기 전 총재는 총 397페이지로 구성된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하며 국가적 투자를 늘리는 미국,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EU가 연간 8000억 유로(약 1185조 원)의 신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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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RA 등으로 투자 끌어가고
中, 저비용 청정에너지로 위협
유럽은 유니콘기업 30% 이탈
“혁신을 상업화 하는데 실패
급진 개혁으로 쇠락 막아야”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 등으로 급변하는 경제·통상 환경에서 도태 조짐을 보이는 유럽연합(EU)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들의 싸움에 과감한 투자와 산업 전략 변화 없이는 등이 터지는 새우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각국 이해관계로 인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분야에서 국가적인 투자를 늘리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밀리고 있다. 또 탈원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업 운용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도 허덕이면서 제조업 강국인 독일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9일 드라기 전 총재는 총 397페이지로 구성된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하며 국가적 투자를 늘리는 미국,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EU가 연간 8000억 유로(약 1185조 원)의 신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000억 유로는 국내총생산(GDP)의 4.7%에 달하는 규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유럽 재건 원조 계획인 ‘마셜 플랜’ 규모가 GDP의 1∼2%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가 넘는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한 것이다. 부족한 투자와 변화 없는 산업정책이 미·중과의 혁신 격차를 벌려놨다는 게 드라기 전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유럽에 아이디어가 부족한 게 아니다. 우리는 혁신을 상업화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지난 50년 동안 1000억 유로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럽 기업이 나타난 적도 없고, 2008년 이후 유럽의 유니콘 기업 30%가 유럽 대륙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도입해 외국 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기 전 총재는 청정에너지 산업에서의 중국의 부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중국은 EU의 기후 목표를 충족하는 데 저비용의 혜택을 제공한다”면서도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은 EU 청정에너지 산업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전기차 산업을 거론하며 보조금을 통한 저가 공세로 관련 시장에서 유럽 업체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고 꼬집었다. 이에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광물에 대한 매수 및 채굴권을 확보해 대중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수요가 급증한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EU 반도체 전략’ 수립도 주문했다. EU 예산을 통한 반도체 부문 공동 지원, EU 차원의 반도체 수출통제 관리 강화, 제3국의 반도체 장비·소재 수출통제에 따른 EU 이익 방어 등을 제시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경쟁력 쇠락을 막으려면 전반적 개혁이 ‘급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복잡한 EU의 의사결정 구조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유로본드 발행과 관련해 재정지출에 예민한 독일과 네덜란드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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