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종편 앵커 아내 공격하며 “대통령 부부는 되는데 왜 안 되냐”
종합편성채널 앵커를 겨냥한 국민의힘의 공세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앵커 멘트가 “편향적”이라며 앵커 배우자의 이력과 정치 성향까지 문제 삼더니 이를 두고 ‘비뚤어진 언론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되레 “대통령 부부 비난은 되고 앵커 부부는 안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 여당이 특정 방송사 앵커 멘트에 일일이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는 9일 성명을 내고 제이티비시(JTBC)의 시사보도프로그램 ‘오대영 라이브’를 겨냥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 방송이 △민주당에 불리한 이슈들은 보도하지 않는 등 편향성을 띄고 있으며 △진행자인 오대영 앵커 역시 편향된 멘트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미디어특위가 이 방송에 대한 성명을 낸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3차례(8월31일→4일→9일)에 걸쳐 특정 방송과 진행자에 대한 집권여당의 공세가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발단은 오대영 라이브의 지난달 29일자 방영분이다. 당시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 개혁안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 갈등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던 시기였는데, 오 앵커는 프로그램 말미 ‘앵커 한마디’ 코너에서 “의료대란은 이제 목숨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전직 검사이자 현재 국가 의전서열 1위와 전직 검사이자 현재 국가 의전서열 7위인 두 분은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며 “누군가를 추궁하고 압박해서 무릎 꿇게 만드는 게 검사라는 직업의 미덕일 수 있겠으나, 정치가에게도 미덕은 아니다. ‘대화·공감·타협’, 두 전직 검사가 이끄는 지금의 정치에서 이런 가치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디어특위는 방송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오 앵커의 발언이 “갈등 프레임과 인신공격으로 깎아내리는 불순한 시도”이자 “특정 직역에 대한 폄하와 편견”이라며 “공정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언론이 민주당이나 할 법한 그대로 방송한 것은 정치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앵커 배우자의 이력도 문제 삼았다. 미디어특위는 “앵커의 배우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지 모임에 참석하고,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 사회까지 맡았으며, 이재명 대표와 엮여있는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도 재직했다”며 “(오 앵커는) 정치를 하고 싶다면 더 이상 언론인의 긍지와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당당하게 민주당에 입당하길 바란다”고 했다.
오 앵커의 ‘멘트’로 촉발된 미디어특위의 공세는 곧 프로그램 전반이 “편향적”이라는 비판으로 확대됐다. 미디어특위는 지난 4일 낸 성명에서 이 방송의 ‘여야 4자 토론’ 코너 패널이 여당 1명, 야당 3명으로 구성돼 불공정하고, 토론 주제 역시 정부·여당에 불리한 이슈에만 집중돼 있고, 야당에 불리한 이슈는 다루지 않아 편향적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특위는 “항간에는 제이티비시가 엠비시 경영진이 교체돼 논조에 변화가 생기면, 이후 좌파 시청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다시 포지션을 바꾸려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조폭 같은 폭언”(조국신당)이며 “배우자에게까지 낙인을 찍어 근거 없이 비난”(개혁신당)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미디어특위는 개의치 않고 배우자를 향한 공세를 정당화했다.
미디어특위는 9일 성명에서 “앵커의 배우자 언급은 부부가 모두 공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공적인 관심 대상이고 비판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대통령 부부는 공인이라서 마음껏 비난해도 되고 자신과 배우자는 공인이라도 비평의 영역에서 제외시키라는 주장은 국민들이 보기에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모순된 주장임을 오 앵커 스스로 곱씹어 보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공적 감시 대상으로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대통령 부인과, 방송과 무관한 사인인 앵커 배우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에 대해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배우자가 어떤 활동을 하든, 그게 제이티비시 앵커 활동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언론인에 대한 사찰 수준의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불리한 보도라면 가족 정보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오대영 앵커 가족에 대한 인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 부부와 언론인 가족에 대한 비난을 동일시한다는 사고 자체가 매우 저열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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