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음감] '데이식스'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경험과 도전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데이식스의 음악

'믿고 듣는 데이식스', '주제 파악 시급'…. 데이식스를 향해 쏟아지는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치열한 트레이닝을 거쳐 2015년 홍대 앞 인디 록 축제 '라이브 클럽 데이'에서 데뷔한 이래로 고유의 음악을 선보이며 지지층을 넓혀온 밴드는 이제 어엿한 기획사의 대표 그룹으로 거듭났고,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밴드 음악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느끼는 감정을 서투를지라도 진솔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며 힘을 불어넣는 데이식스의 진심은 세대를 뚫고 지나가며 모두의 가슴 속 행복했던 날들의 한 페이지를 펼치게 만든다.

많은 이들이 데이식스의 오늘날 전성기와 성공의 비결을 묻는다. 이들의 음악에 대한 분석과 록 장르의 인기는 이미 여러 지면에서 소개한 바 있고, 또 많은 매체가 다루고 있어 생략한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은 성실함이다. 2015년 데뷔 이후 데이식스는 언제나 음악을 만들고 곡을 연주해 왔다. 데이식스의 디스코그라피에는 공백기가 없다.

인디 밴드와 함께 선 클럽, 길거리 버스킹, 커버 연주 등 닥치는 대로 무대 경험과 실력을 쌓았던 데뷔 초, 2017년 매달 자작곡을 두 곡씩 발표하고 월초 공연으로 노래를 선보인 에브리 데이식스 프로젝트, 이후 탄력을 받아 쭉쭉 발표한 'Youth' 시리즈와 'The Book of Us' 시리즈까지 밴드는 뒤돌아보지 않고 창작에 몰두했다. 팬들에게는 긴 기다림이었을 군복무 기간도 오히려 좋은 기회로 삼았다.

성진의 활동 중단과 입대 기간 동안 남은 멤버들은 3인조 이븐 오브 데이로 데이식스의 섬세한 음악 세계를 탐구했다. 영케이, 원필, 도운이 차례대로 솔로 작품을 발표하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히트곡 군인 신분으로 주어진 본분에 최선을 다하면서 기적 같은 합동 무대를 선보였다. 전원 제대 후 완전체로 발표한 앨범 'FOUREVER'의 첫 곡은 '이젠 혼자가 아닐 무대, 너무나 감격스러워'를 외치는 'Welcome To The Show'였다.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숨 가쁘게 달려온 데이식스의 지난 9년은 케이팝에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데이식스 프로젝트는 JYP엔터테인먼트가 다양한 장르 레이블을 만들어 자유로운 음악을 선보이도록 하겠다는 스튜디오 제이(Studio J)의 첫 기획이었다. 잘해왔고, 잘하는 케이팝과 더불어 새로운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린 결정이 커다란 수확으로 돌아왔다.

'아이돌 밴드'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기획사도, 멤버들도 셀 수 없이 많은 합주와 라이브, 창작의 고통을 감내했다. 하루 14시간 이상 연습과 주당 100시간 이상의 합주, 자작곡 데뷔의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하나의 밴드로 당당히 서기 위해 성실하게 음악에 몰입하고 음악으로 해답을 내놓았다.

그 결과로 데이식스는 역설적 상황을 마주하는 복잡한 감정과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더라도 상황을 즐기며 밝은 내일을 그려나가는 음악 문법을 완성했다. 반드시 성공을 전제로 깔고 데뷔하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 쏟아지는 음악의 홍수 가운데 찰나의 주목과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음악에 지쳐 있는 팬들이 데이식스의 변하지 않는 진심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올해만 두 번째로 발표하는 미니 앨범 'Band Aid'는 데이식스의 왕성한 창작력이 원숙해진 밴드 멤버들의 화합과 어우러지며 더욱 깊고 다채로운 시도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복귀작 'FOUREVER'가 완전체 활동의 감격을 기반으로 데이식스를 대표하는 소리를 담는 데 집중했다면, 이 앨범은 여유로운 태도와 성장한 실력을 바탕으로 데이식스의 세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멤버 전원이 보컬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강점을 살리고, 각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음악 세계를 하나의 팀으로 조화롭게 융합하여 내놓고자 한 고심이 곳곳에서 두드러진다.

타이틀곡 '녹아내려요'부터 살펴보자. 영케이가 솔로 앨범에서 선보인 'let it be summer'가 떠오르는 질주감 가득한 연주가 데이식스 멤버들의 호흡을 만나 더욱 다채로운 곡으로 탄생했다. 성진이 거친 톤으로 차갑게 '모든 게 다 바닥난 채 떨고 있었다'는 자신을 고백하고, 영케이가 '넌 달려와 뜨겁게 날 끌어안았다'라 반전을 예고하더니, 섬세한 건반 연주와 함께 원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인도하는 완급조절의 부분을 거쳐 멤버 전원이 나를 기적처럼 살게 하는 행운의 그대에 대한 감사를 벅차도록 노래한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의 2분 46초 곡에서 감정의 파고를 이끄는 서사가 구축되어 있다. 완벽한 행복과 미래가 아닌, '버텨낼 수 있게 해줘요' 라 노래하며 함께 만들어 나가는 내일을 다짐하는 데이식스 고유의 메시지 또한 밴드만이 선보일 수 있는 감정선이다.

매력적인 곡이 가득하다.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고백했던 'Zombie'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괴물'은 영케이의 고독한 노랫말이 거칠고 건조한 기타 톤과 멤버들의 쓸쓸하고 거친 보컬을 만나 더욱 입체적인 감상을 전달한다. 1980년대 뉴잭스윙 장르를 경쾌한 밴드 구성으로 편곡한 '그녀가 웃었다', 로커빌리 리듬과 2000년대 포스트 펑크의 리프를 빌려와 힘들고 지친 인생을 함께 달려가자는 격려의 '망겜', '도와줘요 Rock&Roll'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 적용할 수 있는 밴드 음악으로 기능한다.

이븐 오브 데이의 구성을 떠올리게 하는 'Counter'는 복잡다단한 곡 중반의 리듬 변주와 화려한 연주를 통해 밴드 데이식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휘몰아치는 연주가 인상적인 'I'm Fine'과 데이식스 특유의 록 발라드 '아직 거기 살아'로 다양한 테마의 곡을 하나로 묶어, 데이식스의 브랜드를 완성하는 구성까지 순조롭다. 경험과 도전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데이식스의 음악이다.

'아이유의 팔레트'에 출연한 데이식스는 업그레이드된 밴드의 음악을 호평하는 아이유의 설명과 더불어 'Band Aid'를 '일상에 도움이 되는 음악'과 함께 '데이식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변화를 주고 싶었던' 작품이라 소개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데이식스의 강점은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결단력, 이를 가능케 하는 성실함에 있다.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상처를 이해하고 깊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당장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게 먼저다. 데이식스는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더 많은 데이식스의 음악을 원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 zener1218@gmail.com

<사진출처=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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