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딸 임신시킨 친부, 출소 후 큰딸 성추행…1심 무죄 뒤집혔다
과거 작은딸을 성폭행해 임신까지 하게 했던 친부가 출소 후 중증의 지적장애를 가진 친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딸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아 증거로 삼기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2심은 피해자와 가족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친부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1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재판장 양진수)는 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장애인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2021년과 2022년 여름 큰딸 B씨의 주요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큰딸은 4~7세 정도의 인지능력을 가진 ‘심한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큰딸은 나중에야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털어놓았고, 2023년 1월 경찰에 A씨를 신고했다.
A씨는 “양육비 등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어머니가 큰딸에게 거짓말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1심 “어머니, 큰딸 증언 신빙성 의심”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처음 B씨가 해바라기센터에서 진술할 때는 “집에 아버지와 둘이 있었다”고 했으나, 나중에 교회 목사와 어머니가 집에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는 점을 짚었다.
목사는 2021년 여름 A씨 집에 방문했을 때 안방에서 A씨 부녀가 함께 누워 있는 것을 보고 호통을 친 사실이 있다고 했다. 다만, A씨의 강제추행은 목격하지 못했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당시 집에 있었던 목사 또는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어머니의 증언도 문제 삼았다. 어머니는 당시 설거지를 하고 있어 문제가 된 강제추행 사건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큰딸이 목욕하려고 옷을 벗고 있었는데 A씨가 가슴을 만지는 걸 보고 말린 적이 있다”며 다른 피해 상황을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어머니가 2022년 8월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신고했다가 3일 뒤 ‘술에 취해 거짓 신고했다’며 취하한 적이 있었다”며 “어머니가 진술하는 피해 사실은 실제와 다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한, 큰딸이 A씨가 자기 몸을 만졌다고만 진술할 뿐 어떻게 만졌는지 등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못했다며 “피해자의 장애를 감안하더라도 실제로 당한 피해를 진술한다면 동작을 통해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심 “A씨, 범행 부인하는데 내연녀는 가짜 합의서 제출”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큰딸의 진술이 자세하지 않다는 점에 관해 “피해를 입었을 당시 목사가 방문한 사실과 결부하여 기억하고 있다”며 “추행이 이루어진 당일의 특징적인 사건에 관한 진술 내용이 일관된다”고 판단했다.
큰딸의 지적장애 수준에 비추어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내용을 거짓으로 꾸며내서 진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인지 수준이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어머니가 경찰 신고를 취하하거나, 뒤늦게 신고한 점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는 “딸이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걸 알고는 있었지만 함께 살던 A씨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제는 A씨가 집을 나가 따로 살고, 큰딸이 환청 등의 증상으로 입원하는 횟수가 늘자 신고하게 됐다”고 했다. B씨의 남동생은 “아버지가 집에서 칼을 들거나 물건을 부수는 등 수시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어머니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A씨의 내연녀가 가짜 합의서를 제출한 것도 문제가 됐다. 내연녀는 ‘아버지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미리 작성해 병원에 입원 중인 큰딸을 찾아갔다. 강제로 큰딸의 지장을 찍었고, 어머니가 제출한 합의서인 것처럼 꾸며 검찰에 제출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부인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합의하려고 한 이유를 의심했다.
◇”작은딸 성폭행으로 복역했음에도 왜곡된 성 충동 개선 못해”
2심 재판부는 “중증도의 지적장애가 있는 친딸인 피해자를 성적 욕구 해소 대상으로 삼아 강제추행을 저지른 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이전에 자신의 또 다른 친딸인 피해자의 여동생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제추행 범죄를 저질러 7년의 실형을 복역한 사실이 있음에도 왜곡된 성 충동과 성행을 개선하지 못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당시 피해자의 여동생은 A씨의 성폭행으로 임신해 그 자녀를 출산해야 했다.
2심 재판부는 “가장 평화롭고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친부인 A씨로부터 강제추행 범행을 당한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과 상처가 상당히 커 보이고, 피해자의 보호자인 어머니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를 대리해 진술 조력을 전담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원명안 변호사는 “피해자가 장애로 인해 피해 사실에 대해 풍부하고 상세하게 표현하지 못했으나 수년 전 발생한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범행 사실과 무관한 사항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했다. 원 변호사는 “특히 이 사건은 아동 및 지적장애가 있는 성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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