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윈 정신` 소환한 알리바바 가보니…안면인식·로봇 등 AI 테크기업 대변신

김수연 2024. 9. 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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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알리바바 C캠퍼스 전경. 알리바바그룹 제공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알리바바 시시캠퍼스 C캠퍼스 로비 전경. 김수연 기자 newsnews@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플라이주 호텔 복도에 로봇이 돌아다니며 호텔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
차이니아오의 '항저우 DLJ 창고'에 도입된 '번개 분류 시스템'. 김수연 기자newsnews@

미국 뉴욕증시 상장 10년, 길었던 '워크아웃' 종료라는 분기점을 맞은 알리바바그룹이 다시 창업주의 정신을 소환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2박3일 간 일정으로 한국 취재진이 방문한 중국 항저우시 위항구 알리바바 시시캠퍼스는 '중소기업과 함께하는 글로벌 테크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25년 전 '102년 이후까지 지속가능한 회사'라는 비전을 갖고 창업한 마윈을 정신적 지주삼아, '글로벌 테크기업' 이미지 굳히기에 올인하는 모습이 이번 미디어 투어 동선의 곳곳에서 엿보였다. 이는 불황의 늪에 갇힌 내수시장에서 지속성장을 이루기 위한 알리바바의 필사적 움직임으로 읽힌다.

◇6개로 쪼개진 조직의 필사적 구호…'메멘토 마윈'(마윈을 기억하라)

미디어 투어 첫 공식일정이 시작된 곳은 알리바바그룹 본사가 있는 시시캠퍼스 내 전시관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취재진을 맞이한 것은 '청년 마윈'이었다. 알리바바를 창립한 1999년, 동료들과 함께 만리장성에서 밝게 웃고 있는 마윈의 모습이 담긴 대형 액자가 전시돼 있었다.

1995년 미국 방문 당시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를 경험한 마윈은 중국으로 돌아와, 자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을 구상했고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이 알리바바다.

바로 옆으로 시선을 옮기니 알리바바가 추구하는 6개 핵심 기업 가치가 새겨진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고객 우선, 직원 그 다음, 주주는 마지막', '신뢰가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든다', '변화만이 유일한 변화', '오늘의 최고 성과가 내일의 기준선이다', '지금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라면 누구?', '진지하게 살고, 행복하게 일하라' 등의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이는 '102년 이후까지 지속가능한 회사'라는 창업 비전을 기반으로, 2019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수립한 핵심가치다.

이날 전시관 소개를 맡은 장위 알리바바그룹 공공사무센터 부센터장은 "'세상에서 어려운 장사(비즈니스)가 없게 만들자'는 게 우리의 사명이며, 102년 이후까지 지속가능한 회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며 "여기서 장사의 주체는 중소기업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2036년까지 20억 명의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룹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또 전시관에선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단행된 조직개편을 통해 6개로 쪼개진 알리바바가 기술을 중심으로 각 개별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알리바바그룹은 1개의 지주회사와 6개 주요 비즈니스 그룹(알리바바 인터내셔널, 타오바오, 알리바바 클라우드, 차이니아오, 현지 서비스 그룹, 알리바바 엔터테인먼트 등), 소규모 N개 기업으로 나뉘어 있다. 현재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 중인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이 중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에 속해 있다.

전시관 후반부엔 알리바바 클라우드 기술로 2024 파리 올림픽 보도를 지원한 것을 기록으로 남겨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자사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임을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에만 AI 개발자 100명"…"AI로 컴플라이언스 준수·경영 효율화"

알리바바는 특히 AI(인공지능) 기술력에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우선 취재진들이 묵은 숙소 자체가 알리바바그룹의 AI기술이 적용된 '플라이주 호텔'이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여행 플랫폼 '플리기'가 디지털 기술로 관광산업을 변화시키겠다는 취지로 만든 이 호텔엔 다양한 로봇이 가동되고 있었다. 또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돼 체크인은 물론, 엘리베이터 이용, 객실 문 열기 등이 이를 통해 이뤄졌다. 객실 내에선 티몰 지니 스마트 비서가 음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둘째날, AI 기술로 둘러싸인 숙소에서 기상해 시시캠퍼스로 이동한 취재진을 가장 먼저 맞은 사람 역시 AI 전문가, 카이푸 장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디지털 커머스 그룹 부사장이었다.

그는 "알리바바인터내셔널 내엔 100명의 AI 개발자가 있다"면서 "AI 개발을 좀더 광의적으로 정의해서 볼 경우엔 검색, 추천 등 여러 분야에서 수백명의 인원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디지털 커머스 그룹은 불법 상품 차단 등 컴플라이언스 준수를 위한 AI(인공지능) 활용에 공들이고 있었다.

카이푸 장 부사장은 "컴플라이언스 준수에 AI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AI를 통해 텍스트, 이미지, 로고 등 제품 스크리닝을 진행하고 있다"며 "또 빅데이터를 통해 국가별로 상품 판매의 합법성을 판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이 한국에서는 중소기업들의 경영효율을 개선하는 데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카이푸 장 부사장은 "올해 4월부터 알리바바닷컴에서 'AI사업 비서'라는 툴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전체 물건을 업로드 하는 데에 예전에 1시간 걸렸던 것이 AI 비서 활용으로 1분 내에 업로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큐원(Qwen)을 언급하며 AI 기술력을 강조했다. 카이푸 장 부사장은 "알리바바에선 LLM(초거대언어모델)에 대한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자체 개발 모델인 QWEN은 굉장히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업무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카이푸 부사장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방문한 곳은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 차이니아오의 '항저우 DLJ 창고'로, 다양한 자동화 기술이 도입돼 있었다. 전체 창고에는 RFID 솔루션이 적용돼, 대형 화물 운송의 경로의 전 과정이 시각화돼 모니터링 된다.

소비자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 상품이 여러 상점에서 이곳으로 모인 후 소비자에게 발송된다. 창고 면적은 1만70㎡ 규모로 국제 특송을 위한 160만 개의 저장 공간을 갖췄다. 이곳에서 하루 최대 4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해 전체 차이니아오 국제 일일 처리 물량의 12분의 1을 처리한다.

◇'알리 생활권' 축소판, 시시캠퍼스 C캠퍼스

알리바바는 올해 5월 10일에 오픈한 시시캠퍼스 C캠퍼스도 공개했다. 98.45만㎡ 규모로, 알리바바 시시캠퍼스 총 면적(201만㎡)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알리바바 홀딩스 그룹과 AIDC 그룹(알리익스프레스, 알리바바닷컴 등) 등이 들어와 있으며, 약 3만 명이 근무 중이다.

C 캠퍼스는 알리의 디지털기술로 생활할 수 있는 이른바 '알리 생활권'의 축소판이었다. 공원 내 각 건물에 설치 돼 있는 스마트 자판기에서 직원들이 알리페이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얼굴 인식을 통해 음료수나 간식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자판기는 RFID, 무게, 이미지 등 상품 인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 구별한다.

또 모든 구역이 스마트 제어 시스템에 연결돼 있어, 알리바바의 기업용 메신저인 딩딩 앱을 통해 조명, 에어컨 등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다.

공원엔 로봇 경찰이 순찰을 하는데 한 번 충전으로 5시간 동안 순찰을 하고 '충전소'로 돌아가 스스로 충전한다.

이처럼 한국 취재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미디어 투어는 시작부터 끝까지 '마윈의 초심'과 '기술의 알리'를 강조한 2박 3일이었다. '짝퉁', '유해상품' 논란 속에 한국에선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려는 듯 알리바바는 연일 이 두가지에 초점을 뒀다. 침체된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에서 기술 기업으로서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항저우(중국)=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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