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난민캠프 또 공습…“가족들 흙 구덩이로 사라져”

최우리 기자 2024. 9. 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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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도주의 구역을 공습해 최소 40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스라엘보안국(IAF)은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우주국(ISA) 지시에 따라 칸유니스 인도주의 지역에 있는 지휘통제소에서 활동하던 하마스의 주요 무장세력을 공격했다"며 "가자지구 테러조직은 지정된 인도주의 지역을 포함한 시설 등을 조직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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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100여명
가자지구 칸유니스의 알마와시 지역에 있는 난민 텐트 캠프를 이스라엘이 9일 공습한 뒤, 사람들이 수색 및 구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CNN 갈무리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지정한 마와시 ‘인도주의 구역’을 또다시 공습해 최소 40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도주의 구역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여겨 이곳으로 피란 온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희생이 그치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는 10일 가자지구 남부 중심 도시 칸유니스 인근 마와시 난민캠프 일대가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공습을 받아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공습으로 깊이 9m 구덩이가 생겼다고도 전했다. 마흐무드 바살 가자지구 민방위 대변인은 시엔엔(CNN)에 20~40개 난민 텐트가 사라졌다며 “가족들이 모래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미사일 최소 5발이 떨어졌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무함마드 무기르 민방위 관계자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실종자 15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스라엘보안국(IAF)은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우주국(ISA) 지시에 따라 칸유니스 인도주의 구역에 있는 지휘통제소에서 활동하던 사미르 이스마일 카드르 아부 다카 하마스 항공부대 책임자, 오사마 타베시 하마스 군사정보본부 책임자와 아이만 마브후흐 등을 정밀 타격했다”며 “가자지구 테러조직은 지정된 인도주의 구역을 포함한 시설 등을 조직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대원들이 “민간인들의 모임이나 모여 있는 장소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며 이스라엘 주장을 부인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전쟁 발발 몇주 뒤인 지난해 10월 지중해에 접한 좁은 해안가인 마와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60㎢ 정도 지역을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는 ‘인도주의 구역’ 중 한곳으로 설정했다. 마와시 난민캠프에 “국제적 인도주의 지원이 제공될 것”이라며 “가자지구 주민들은 마와시 인도주의 구역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초기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북부 가자시티를 집중 공격했고 많은 북부 주민이 마와시 인도주의 구역으로 대피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5월 가자지구 남단 라파흐까지 공격하자 가자지구 주민들의 마와시행은 더욱 많아졌다. 지난달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마와시 구역 면적은 약 41㎢로 축소됐으며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11% 정도에 해당한다. 피란민들이 밀집하며 1㎢당 인구가 3만~3만4000명으로 전쟁 전인 1㎢당 1200명의 17배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전기와 물은 턱없이 부족하고 위생도 열악하다.

이스라엘군의 마와시 인도주의 구역 공격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5월에 탱크로 포격해 팔레스타인인 최소 21명이 숨졌고, 6월에도 공습을 해 최소 25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7월에도 마와시를 공습해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의 사령관 무함마드 다이프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90명 이상이 숨졌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부 지역에서 소아마비 백신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한 직원 등 호송대도 구금했다고 시엔엔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호송대에 여러 팔레스타인 용의자가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며 이들을 심문하기 위해 호송을 지연시켰다고 밝혔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WRA)의 필리프 라차리니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호송대가 와디가자 검문소에서 총구를 들이대 멈춰 섰다. 사전 고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송 차량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8시간 이상 서 있었다”며 “소아마비 접종이 10일 (예정대로) 가자 북부에서 진행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9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공격을 받은 주택에서 사람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가자/신화 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 상황이 7년 넘는 자신의 임기 동안 본 것 중 가장 심각한(worst) 상황이라고 에이피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가 가자에서 목격하고 있는 고통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가자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수준의 죽음과 파괴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유엔의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엔이 가자지구의 미래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unrealistic)”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유엔은 모든 휴전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가설 중 하나”라고 말했다.

9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공격을 받은 피해자를 사람들이 옮기고 있다. 가자/신화 연합뉴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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