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길의 이슈잇슈]"차례상 겁나요"…추석 앞두고 마트 찾은 주부들 `시름`
"어차피 제사는 지내야 하는 거라 과일값이 비싸든 안 비싸든 꼭 사야 되긴 해요. 과일값이 안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는 않네요. 추석 과일은 맛도 없어서 제사 지내는 용도로만 쓰는 거라 올해도 낱개로만 구매하려고 해요."
40년째 명절 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60대 여성 이모씨는 '과일값이 명절 제사 준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일코너에 놓인 과일들의 가격과 상태 등 정보를 꼼꼼히 살펴본 뒤 장바구니에 겨우 담았다.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주말 마트는 추석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마트 내 과일코너는 프리미엄 과일 세트로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다른 수산물 코너나 채소 코너 들도 제수용품 수요를 맞을 채비에 한창이었다. 그러나 마트를 찾은 시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작년 추석과 비교해 과일과 한웃값은 내렸지만, 채소와 수산물 가격은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농·축·수산물 성수품을 공급하고 할인 행사를 지원하는 등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작년 추석 '금(金)사과'로 불린 사과(홍로·상품) 중도매가격은 10㎏에 7만7980원으로 1년 전보다 4.2% 내렸지만, 평년보다 41.1% 비싸다.
중도매가격은 중도매인 상회에서 소상인과 실수요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으로, 정부 할인 지원이나 마트별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값이다. 평년 가격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값이다.
배(신고·상품) 중도매가격은 15㎏에 6만4760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8.3%, 21.0% 비싸다.
대형마트 측은 사과의 경우 시세가 작년보다 20% 이상 저렴하지만 '상품'은 선물 세트와 제수용 수요로 많이 내리지는 않았으며 배도 '상품'은 일시적으로 물량이 부족해 시세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배추와 무도 작년 추석 때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배추(상품) 중도매가격은 지난 5일 기준 10㎏에 2만7820원으로, 1년 전보다 94.6% 비싸다. 이는 평년과 비교하면 64.5% 높다. 무(상품) 중도매가격은 20㎏에 2만8800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58.6%, 51.0% 비싸다.
배추와 무는 지난달 폭염과 열대야로 작황이 부진한데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 값이 올랐다. 이마트는 배추 1포기를 작년보다 3% 오른 5980원, 무 1개는 87% 오른 3700원에 각각 팔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농림축산부 할인쿠폰(농할쿠폰) 행사 적용 등으로 배추와 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마늘은 잦은 비로 수확량이 줄어 시세가 7% 정도 올랐다.
수산 품목 가운데 조기와 오징어, 멸치가 모두 수온 상승 영향으로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aT는 조기(냉동·중급) 중도매가격은 조사하지 않는다. 소매가격을 보면 한 마리에 1797원으로 1년 전, 평년보다 각각 33.3%, 33.4% 올랐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참조기 20∼25㎝ 1마리가 지난해 2000원에서 올해 3500원으로 75% 올랐다. 오징어 역시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동해안 대표 어종으로 꼽히는 오징어가 지금은 서해안에서도 잡히고 있지만 하루 조업량이 30% 줄어 시세가 올랐다. 오징어(냉동·중) 중도매가격은 1㎏에 1만4240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33.4%, 43.2% 올랐다.
반면 고등어(중품) 중도매가격은 10㎏에 4만1660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36.6%, 23.0% 내렸다. 명태는 2019년 국내산 포획이 금지된 뒤 러시아산이 주로 소비되며 중도매가격은 20㎏에 5만620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5.7%씩 내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과 시세는 작년과 비교해 20% 이상 저렴하지만 '상품'의 경우 선물 세트와 제수용 수요로 많이 내리지는 않았다"라며 "배도 '상품'의 경우 일시적으로 물량이 부족해 시세가 올랐지만 소비자 가격은 농할쿠폰 적용 등으로 작년보다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조기와 오징어 등 조업 부진으로 수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정부 비축 물량 판매 확대 등으로 가격 안정에 더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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