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장 중첩증 치료, 포기합니다" 지역 아동병원 '대부'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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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미래아동병원은 한강 이남에 처음 생긴 아동병원이다.
아동병원 개원 후 24년째, 김병희 원장은 지역 소아·청소년 의료계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소아 장 중첩증 치료를 중단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더 충격이었다.
광주지법 민사11부가 이달 초 2021년 장중첩증으로 수술 후 약 7시간 만에 사망한 6세 아이의 유족이 전남대병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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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미래아동병원은 한강 이남에 처음 생긴 아동병원이다. 이 병원을 모태로 삼아 광주 광산, 북구에 또 다른 미래아동병원이 생겼다. 김병희 원장은 지역 소아 환자와 후배들의 '앞길'을 위해 브랜드며 시스템을 아무 대가 없이 전수해줬다. 그는 "아이들이 어디서나 행복하면 됐다"며 웃었다.
아동병원 개원 후 24년째, 김병희 원장은 지역 소아·청소년 의료계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소아 장 중첩증 치료를 중단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더 충격이었다. 장 중첩증은 장이 말려 들어가는 병으로 80%가 2세 아래 영유아에게 발병한다. 복통, 구토와 발열, 탈진 등으로 심한 경우 쇼크에 빠져 위험한 상태에 처할 수 있다.
김 원장의 병원에는 다행히 장 중첩증 치료를 맡아 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했다. 코로나19(COVID-19) 이전에는 매년 10건 안팎, 이후로는 2~3건의 장 중첩증 환아를 책임졌다. 항문을 통해 공기나 조영제를 넣어 막힌 장을 뚫어주는 '공기(조영) 정복술'을 시행하고, 만약 합병증이 생기면 전원시키는 사례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나온 법원 판결 소식은 그에게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광주지법 민사11부가 이달 초 2021년 장중첩증으로 수술 후 약 7시간 만에 사망한 6세 아이의 유족이 전남대병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것이다.
재판부는 치료 과정에 과실은 없지만 수술 전 설명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유족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후속 진료가 안 되는 병원은 위험하다"는 말이 나왔다. 김병희 원장이 장 중첩증 치료를 내려놓은 이유가 됐다. 그는 "애초에 환자를 보지 않아야 안전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 소아 진료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소변을 모아주는 한 장당 100원짜리 채집 스티커를 비급여 청구해도 "소변 검사비에 포함된다"며 5배수 환급해가는 게 현실이다. 돈이 되지 않고 정주 환경이 열악해 의사를 구하기 쉽지 않다.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에 70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야근을 서야 할 만큼 인력난이 극심하지만 소아 의료에 대한 지원은 궁색하기만 하다. 광주에서는 최근 아동병원을 제치고 소아과 의사가 더 적은 2차 병원이 지자체로부터 소아진료 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에 선정된 사례가 나왔다. 아동병원에는 없는 '성인' 응급실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원장은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로 대학병원 교수도 외래, 병동, 당직 등 격무에 지치고 있다. 이제 환자를 받지 못하는 날을 지정하기도 한다"며 "가와사키병을 치료하는 면역글로불린이란 약은 1년 이상 품귀 상태로 약이 없어 아픈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데 언제까지 이래야만 하느냐"고 답답함을 전했다.
이어 "다른 진료과와 상대적 박탈감이 들지 않게만 수가를 조정해줘도 사명감으로 일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 안된다" 며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가 '지역 인프라'라고 해도 애초 환자가 없는 곳에 수억 원을 들여 의사를 앉히는 것이 오히려 인력 낭비일 수 있다. 구체적인 환자 이송 체계, 인력 수급, 소아·청소년 약물 공급 계획 등을 당장 수립해야 붕괴하는 지역 소아 의료를 회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광역시=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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