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리스와 TV토론 때도 '여성비하 카드' 꺼내들까
과거 인신공격·성차별에 '돼지'·'개'·'역겨운 동물' 막말까지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10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첫 TV 토론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9년 이상 정계 활동 기간에 경쟁자인 여성 후보나 여성 언론인을 공격하면서 '여성비하 대본'을 다듬어왔으며, 새로운 여성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토론에서 이 대본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신체적 존재감과 신체 언어를 여성 위협에 활용했다. 또 은근히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여성이 유난히 못됐다고 불평하기도 했으며, 많은 여성이 노골적인 성차별이라고 보는 방식으로 여성들의 자격을 깎아내렸다고 NYT는 소개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 후보 토론 무대에서 여성 후보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을 과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15년 첫 공화당 예비경선 토론에서 경쟁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정치 헌금을 한 전력에 대해 해명하면서 "내 결혼식에 와달라고 말했고 그녀가 참석했다. 그녀가 왜 왔는지 아는가?"고 반문한 뒤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돈을 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선거 캠프 측은 트럼프 후보가 성별과 관계 없이 자신이 마주한 모든 상대와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고 옹호했지만, 그가 공개석상에서 여성들에게 보인 신체적 언어적 공격성은 그를 정치적 위험에 노출시켰다.
트럼프는 자신의 성희롱이나 성차별을 문제 삼는 토론에서 스스로를 변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문을 회피하기도 했지만, 때론 냉정을 잃기도 했다.
2016년 대선 3번째 토론에서 경쟁자인 클린턴이 "당신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꼭두각시야"라고 거칠게 몰아붙이자 트럼프는 "무지개 반사"(I'm rubber, you're glue)라고 대응한 뒤 "당신이 꼭두각시야"라고 반복적으로 외쳤다.
또 트럼프는 당시 사회보장 문제에 대한 토론에서는 클린턴을 "못된 여자"(nasty woman)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일을 겪었음에도 트럼프는 여전히 여성 경쟁자를 비꼬거나 비하하는 방식의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격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녀에 대한 존경심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장에서 공격받았을 때 자신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을 공격적인 방식으로 풀어 놓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2015년 토론 당시 진행자였던 폭스뉴스의 메긴 켈리는 트럼프가 혐오하는 여성에 대해 '뚱뚱한 돼지', '개', '엉터리', '역겨운 동물' 등으로 불렀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로지 오도널(미국 텔레비전 진행자이자 제작자)에게만 그렇게 했다고 농담 식으로 받아쳤고, 켈리에게는 "나는 당신에게 매우 친절했다. 당신이 나를 대하는 방식은 친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은근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는 이튿날 CNN과 인터뷰에서 켈리에 대해 "가끔 그녀의 모든 곳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고 뒤끝을 보였다.
2016년 10월 클린턴 후보와의 토론에서도 트럼프는 진행자인 abc 뉴스의 마사 라다츠에게 "왜 그녀(클린턴)의 말을 중단시키지 않나? 항상 내 말은 중단시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종종 이런 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는데 특히 유색 인종 여성의 질문에 날 선 반응을 보였다.
2018년에는 흑인 여성 언론인이 자신에게 '인종주의적이고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고 불평했고, 최근에도 흑인 언론인협회와 인터뷰에서 해리스 후보의 인종 문제를 거론하면서 ABC 방송의 레이철 스콧이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다고 불평했다.
2016년 클린턴의 대선 운동 참모였던 캐런 핀니는 "그는 까다로운 질문을 싫어하고 잘 대답하지 않는다"며 "어떤 사안에 대해 잘 모르거나 위협 또는 압박을 느끼면 그는 여성이 자신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말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여성 경쟁자를 모욕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5년 9월 공화당 예비경선 당시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와 나란히 TV 토론에 나오기 1주일 전 롤링스톤지는 트럼프가 피오리나의 외모를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저 얼굴을 보라. 누가 저 얼굴에 투표하겠는가?"라고 했다.
또 그는 토론에 나와서는 "그녀(피오리나)는 내 회사를 경영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 경쟁자를 헐뜯으며 상대방의 짜증을 유발하는 것도 트럼프의 토론 전략 가운데 하나다.
2016년 대선 토론 당시 클린턴이 자신을 '도널드'라고 부르자, 트럼프는 국무장관을 지낸 적이 있는 클린턴에게 "클린턴 장관? 괜찮은가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클린턴이 고개를 끄덕이자 "당신이 매우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의 국무장관 경력을 조롱한 것이다.
또 트럼프는 클린턴이 상원의원과 국무장관 경력이 있다고 발언하자, 그녀의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언급하며 "제조업 역사상 최악의 일"이라고 비판의 대상을 바꾸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런 방식으로 최근 그는 해리스 후보를 공격하면서 대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공격 대상을 바꾸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궁지에 몰릴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대를 맹공격한 사례도 있다.
2016년 2차 대선 토론을 앞두고 트럼프가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내용이 담긴 액세스 할리우드 테이프가 유출되자, 클린턴 후보는 토론에서 트럼프와 만났지만 악수하지 않았다. 트럼프를 범죄자 취급한 셈이다.
그러자 트럼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클린턴 후보를 공격했다.
트럼프는 원하지 않는 성적 접근을 겪었다며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고발한 여성들을 청중석에 초대했고, "빌 클린턴은 여성을 학대했다. 힐러리 클린턴도 같은 여성들을 공격했다"며 자신의 비위에 집중된 주의를 돌리려 애썼다.
또 트럼프는 클린턴 후보가 말하는 동안 무대를 배회했고, 핵심적인 발언을 할 때는 그녀 뒤에 서서 시선을 빼앗기도 했다.
트럼프는 해리스 후보와의 이번 TV 토론을 앞두고 자신이 상대보다 더 커 보이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신장이 192㎝인 트럼프는 해리스 후보가 실제 신장인 164㎝ 이상으로 커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토론 중 키가 커 보이게 하는 장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주 소셜미디어에 "해리스 동무와의 다가오는 토론에 상자나 인위적인 부양은 허용할 수 없다. 이런 것은 부정행위다"라고 썼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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