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내시경 검사받고 "종양입니다"…덜컥 겁부터 낼 필요 없는 이유

정심교 기자 2024. 9. 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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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위내시경 검사에서 '위 점막하 종양(위 상피하 종양), 의료진 상담 요망'이란 문구를 보고 덜컥 겁부터 먹는 사람이 적잖다. 검진 결과지에 '종양'이란 단어를 보면 암은 아닐지 걱정부터 앞서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종양도 종류가 다양한 데다, 발병 부위·크기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므로 양성·악성 여부를 파악해 정확히 진단받는 게 급선무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에게 위 점막하 종양(위 상피하 종양)의 종류와 진단·치료법에 대해 들어본다.

섣불리 암 판단 NO…'벽 외 압박'과 혼동할 수도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의 3~4%가 점막하 종양이 발견된다. 장재영 교수는 "'종양'이라는 단어에 집중한 나머지 당혹해하고 불안해하는 환자가 많다"며 "위 점막하 종양은 점막하층·근육층에서 만들어진다. 정상 점막으로 덮여 있으면서 위장관으로 툭 튀어나온 혹·덩어리 형태로 관찰되며 식도·위·십이지장·결장 등 모든 위장관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 점막하 종양은 종양의 양성·악성 여부를 떠나 종양 모양만으로 확인된 진단이기 때문에 미리 암으로 자체 판단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피부로 예를 들어보면, 뾰루지가 난 것이다. 다만 중요한 건 각종 검사, 경험 많은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가이드를 받는 것이다.

장 교수는 "간혹 내시경 검사로 위에 공기가 많이 들어가면 비장·콩팥·담낭 등 주변 장기에 위가 눌려 '벽 외 압박'이 발생하는데, 이를 종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시술 경험이 많은 전문 의료진이 아닌 이상 내시경 소견만으로는 점막하 종양과 벽 외 압박을 감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복부초음파, CT(컴퓨터단층촬영), 초음파내시경 검사 등 여러 진단법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우연히 발견…의사 숙련도가 치료 결과 좌우
위 점막하 종양은 대개 증상을 유발하지 않아 우연히 건강 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종류가 다양한데, 기원하는 세포에 따라 △위장관간질 종양 △평활근종 △신경내분비 종양 △섬유종 △림프종 △지방종 등으로 나뉜다. 그중 질감이 물렁물렁한 지방종(노란색), 혈관종(푸른색), 투명한 물혹인 경우 추가 검사·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종양이 너무 커 폐색·출혈을 유발하면 절제를 고려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점막하 종양은 점막 밑에 병변이 있어 조직검사로 진단하기 어렵고, 초음파내시경으로 위치하는 층, 종양 내부의 초음파 성상 등으로만 진단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보니 많은 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알지 못해 불안하고 답답해한다"며 "특히 점막하 종양은 다른 종양보다 유병률이 낮고 종양이 커질지, 악성으로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으로 인해 치료 방침을 세우기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 개인 간의 진료 경험이 다르고, 확정된 치료 지침이 거의 없으며 진단에 중요한 초음파내시경이 대중화돼 있지 않아 어떤 의료진을 만나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장재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위 점막하 종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경희대병원

치료가 필요한 점막하 종양은 '위장관간질 종양'이다. 위장관간질 종양은 위에서 관찰되는 점막하 종양의 약 60%를 차지한다. 가장 흔하지만, 크기와 관계없이 악성화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딱딱하고 크기가 1㎝ 이상이라면 초음파내시경 검사가 권고된다. 내시경을 통해 고유근층에서 기원한 검은색 병변으로 확인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 내시경 절제의 고려 기준은 2㎝ 이상이다.

장 교수는 "내시경절제술 방식은 병변을 올가미로 잡아 도려내는 '내시경점막절제술', 전기칼로 병변을 잘라내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이 있으나 병변의 크기·위치에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이 더 자주 활용된다"며 "단, 시간이 오래 걸리고, 출혈·천공이 생길 확률이 커, 경험 많고 숙련된 의료진을 선택하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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