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 칼럼] '지역소멸' 위기, 지역학에서 길을 찾자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흐름 속에서 옛 것으로부터 지역정체성을 탐색하고 미래 비전을 찾는 '지역학'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목됩니다.
지역학은 지역의 자연·역사·문화 자산을 종합,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내 고장 연구'를 통해 지역민의 애향심을 자극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찾자는 것입니다.
◇ 지역의 미래상 설계하는 토대
연구 성과는 세미나·토론회나 출판물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역학의 산실은 전남대와 조선대, 목포대, 순천대 등 지역대학들이었습니다.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은 지역 연구를 통해 한국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1963년에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호남학연구원은 지난 60여 년의 성과를 토대로 전통 문화의 현대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 응용을 통해 지역학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조선대는 2001년 호남학 연구사업단을 조직해 호남인의 삶의 자취와 정신적 특성 등 지역 문화유산을 학문적으로 연구·발굴하고 있습니다.
◇ 문화원 등 유관기관으로 확대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지난 2018년 개원한 한국학호남진흥원은 호남인의 역사문화 역량을 고취하는 연구와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고전번역 등 호남의 역사유산과 기록문화의 체계적 발굴·정리와 차세대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광주문화재단도 '광주학'이란 이름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깃든 스토리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 시·군이 주도적으로 지역학 연구
나주시는 2021년 1월부터 지역 역사, 문화, 경제, 산업 분야를 망라한 나주학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또한 호남지역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지역학 연구를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 공포했습니다.
'목포학' 연구는 목포문화원이 맡아 향토사 연구와 지역 문화 발전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광주·전남 아동문학 1세대로서 목포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 김일로 시인의 전집을 발간한 데 이어, 목포지역 독립운동에 관한 자료 등 귀중한 사료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원박람회 성공으로 생태도시로 발돋움한 순천시는 지역에 산재해 있는 역사자원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순천에는 전남 유일의 백제토성인 해룡산성, 정유재란 전투에서 이순신장군이 노량 앞바다로 유인해 대승을 거둔 왜장 고니시 유끼나가가 쌓은 순천왜성 등 특색있는 유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무안학의 연구거점인 무안문화원은 지난 7일 '무안의 인물과 사상'을 주제로 정개청, 초의선사 등 무안과 관련 된 인물들의 사상을 통해 무안의 정신을 재조명했습니다.
2023년에는 '야마다 만키치로와 무안분청'을 주제로 무안학 학술대회를 개최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 예산부족으로 지역학 연구 어려움
따라서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에 있어서 교육과 문화 분야를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긴축재정 정책으로 지방교부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지역학 연구도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역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발전 없이 한국문화의 세계화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현재 지역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스스로 정체성을 정립하고 경쟁력을 분석해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역인구가 줄어들고 지역대학이 존폐위기를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역학에서 해법을 찾는 자세는 지극히 당연합니다.
지역학에서 지역소멸을 극복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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