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는 꼬박꼬박…청소년 성장과 성적에 좋은 ‘나비효과’ 부른다

곽노필 기자 2024. 9. 10. 09: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곽노필의 미래창
42개국 10∼17살 학생들 조사한 결과
아침식사 챙길수록 삶의 만족도 높아
기분, 건강, 성장, 성적 등과 상관관계
아침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사람들은 식사를 거르는 사람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침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니.”

어린 자녀나 학생들이 부모나 친지들로부터 잔소리처럼 듣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첫 식사를 하루 삼시세끼 중 가장 중요한 식사로 여긴다. 공중보건 차원에서도 아침 식사는 중요한 건강 생활 습관이다. 과연 아침식사는 삶의 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영국, 스페인, 에콰도르 등 5개국 공동연구진이 전 세계 42개국 10~17살 학생 15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 아침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학생은 식사를 거르는 학생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개학술지 ‘비엠시 영양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보통 아침식사를 얼마나 자주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다. 아침 식사의 기준은 우유나 과일주스 한 잔 이상으로 했으며,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의 답변에 나타난 아침 식사 빈도와 삶의 만족도 점수를 그래프로 그려본 결과 둘 사이의 관계가 거의 직선 형태를 띠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은 학생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 성별, 나이, 사회경제적 지위나 신체 활동, 체질량 지수, 가족 식사 빈도 등 다른 변수를 제거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학교에 가는 날이든 주말이든 매일 아침 식사를 한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은 자신의 삶에 평균 6.3~6.6점을 줬다.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그룹은 아침 식사를 전혀 하지 않은(또는 못한) 학생들이었다. 이들이 매긴 삶의 만족도 점수는 5.5~5.8점이었다.

연구를 이끈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의 리 스미스 교수(공중보건학)는 “아침 식사 빈도와 삶의 만족도 사이에 일관된 연관성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며 “나라별로 약간 차이가 났는데, 이는 문화와 생활방식, 사회경제적 요인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22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8~18살 학생 7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물론 아침 식사와 삶의 만족도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상관성을 말하는 것이지 설문조사에서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나비 효과’를 부르는 네가지 고리

하지만 개연성은 있다. 연구진은 아침 식사 빈도와 삶의 만족도를 이어주는 잠재적 연결고리를 네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아침 식사 여부가 부정적 또는 긍정적 기분이나 신체 증상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2022년 한국 연구진이 공개학술지 ‘환경연구 및 공중보건 국제저널’(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에

발표한 연구가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연구에선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은 어린이일수록 단위시간당 호흡 횟수, 피로감, 수면 장애, 메스꺼움, 두통, 발열 같은 증상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린이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아침 식사 섭취 빈도와 부모와의 대화 시간은 감소하고 신체 증상이 증가했다.

원광대 의대와 전주 예수대 공동연구진이 초등학교 4학년생의 아침식사 빈도와 부모와의 대화 시간, 어린이 신체 증상 간의 관계를 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아침식사의 건강 효과는 사실 어린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2022년 ‘영양 신경과학’에 실린 14개 연구 분석 논문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거를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우울증, 스트레스, 심리적 고통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도 위험 증가 폭은 18살 미만이 가장 컸다.

연구진이 둘째로 꼽은 것은 영양이 풍부하고 균형 잡힌 아침 식단이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삶의 만족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 습관과 규칙적인 하루 일과로 이어주는 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는 아침 식사 섭취와 학업 성취도 간의 관계다. 연구진은 “규칙적인 아침 식사는 청소년의 성적 향상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여럿 있다”고 밝혔다. 적절한 아침 식사는 인지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공급해 집중력, 기억력, 학습력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거르지 않는 아침식사 한 끼가 기분을 포함한 정신 및 신체적 건강과 성장, 인지 능력 향상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나비 효과’로 봐도 좋을 듯하다. ‘나비 효과’란 아주 작은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연구진은 “아침 식사 빈도가 높을수록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거의 선형적인 관계”라며 “이 중요한 연령대에서 아침 식사와 관련된 건강상의 잠재적 이점을 고려할 때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186/s12937-024-00979-5

Is the frequency of breakfast consumption associated with life satisfaction in children and adolescents? A cross-sectional study with 154,151 participants from 42 countrie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